'내가 골다공증?' 고관절 골절에 날벼락 진단…골밀도 높이려면[헬스노트]
- 23-10-02
60세 이상 골절 후 1년 내 남성 37%, 여성 20% 사망
폐질환 위험도 높아져…검사 주기적으로 받아야
올해로 83세인 장모씨는 평소 잔병치레 안하기로 소문난 건강 체질이다. 팔순이 넘었지만 먹고 있는 약이라고는 고혈압약이 전부였다. 하지만 얼마 전 장씨는 세탁기에서 빨랫감을 꺼내 들고 나오다 삐끗하는 바람에 넘어져 고관절이 골절됐다. 일평생 뼈 한번 부러져 본 적 없는 그에게 고관절 골절은 너무 큰 고통이었다.
그런데 의사는 장씨의 뼈가 이렇게 쉽게 똑 부러진 것은 골다공증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내가 골다공증이라니.' 장씨는 숭숭 구멍이 난 뼈의 사진을 보면서 믿을 수 없었다. 진작 검사하고 관리했다면 이런 큰일도 겪지 않았을텐데 후회도 밀려왔다.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나이드는 것도 서러운데 뼈 건강도 예전같지 않아 작은 충격에도 부러지고 비가 오는 날이면 관절은 쿡쿡 쑤신다. 특히 노인들의 뼈가 쉽게 부러지는 데는 골다공증의 영향이 크다. 골밀도가 줄어 뼈에 구멍이 나 있으니 충격이 조금만 와도 부러지게 마련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골다공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13만8840명으로, 이 중 50대 이상이 93.7%에 이른다.
특히 골다공증은 여성의 비율이 높다. 113만8840명 중 여성 환자는 106만1874명으로 전체 환자의 95%에 육박한다.
여성의 뼈건강이 노년기에 급격히 나빠지는 이유는 호르몬 때문이다. 남성·여성 호르몬은 칼슘을 뼈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폐경기에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골밀도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하지만 골다공증 환자들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본인의 뼈 상태를 잘 모르다 골절 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골절은 척추와 고관절에서 잘 발생하고, 넘어지면서 손을 디뎌 손목 뼈가 부러지는 경우도 많다.
정호연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골다공증은 고령이나 폐경과 같은 자연적인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1차 골다공증과 특별한 질병이나 약제 복용으로 발생하는 2차 골다공증이 있다"면서 "골다공증은 증상이 없어 골절이 발생하고 나서야 알게 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News1 DB |
무서운 건 이 고관절 골절이 사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호주 시드니공대(UTS) 연구팀은 60세 이상 골다공증 환자 약 3000명을 추적한 '더보 골다공증 역학 연구(DOES)'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관절이 부러진 후 1년 안에 남성의 약 37%, 여성의 약 20%가 사망했다. 심각한 통증과 이동력 상실, 의료비 증가 등이 환자를 괴롭힌 때문이다.
또 연구팀은 골밀도를 3%만 높여도 고관절 골절이 46%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일반 뼈는 골밀도를 10%는 높여야 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고관절은 조그만 높여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골다공증과 근감소증으로 움직임이 줄고 비만이 된 고령층의 경우 폐 기능에 이상을 앓을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강북삼성병원 재활의학과 박철현 교수와 임한솔 전공의로 구성된 연구진이 2012~2018년 사이 강북삼성병원 종합검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50세 이상 성인 2만 8623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골다공증·근감소성 비만(OSO)'을 앓는 고령층일수록 폐쇄성 폐 기능 이상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폐쇄성 폐 질환이란 폐와 기관지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겨 기도가 점차 좁아지고 폐 기능이 망가져 결국 호흡까지 어려워지는 병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기침과 가래가 끊이지 않으면서 점점 숨이 차고 자주 호흡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이처럼 삶의 질은 물론 목숨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영양 관리, 꾸준한 검사, 알맞는 운동이 필수적이다.
정호연 교수는 "짜게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칼슘이 많이 든 우유·치즈·요거트 등 유제품과 비타민D가 풍부한 연어, 버섯, 단백질이 많이 든 음식 등을 먹는 것이 좋다"면서 "커피와 술은 줄이고 담배는 끊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조기에 발견하고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 교수는 "골다공증은 증상이 없어 골절이 발생하고 나서야 알게 되는 질환"이라며 "여성은 65세 이상, 남성은 70세 이상이 되면 증상이 없어도 골밀도 검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선 평소 쉽게 넘어지지 않도록 기본적인 생활 습관 교정과 운동을 해야 한다.
정 교수는 "일주일에 최소 150분씩은 걷기를 권한다"며 "발꿈치를 들고 까치발을 해서 근육에 힘을 가하는 운동, 벽을 미는 운동, 한 발을 들고 서 있는 균형 감각 운동 등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간단한 동작들이라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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