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최인근 목사] 내일을 모르고 사는 인생
- 23-10-02
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내일을 모르고 사는 인생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한 죄로 지상으로 쫓겨난 천사가 다시 하늘나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에 대한 세 가지의 해답을 찾아야만 하였습니다. 오갈 데도 없이 방황하던 천사는 너무나도 허기지고 지쳐서 조그마한 구둣가게에 들어가 사정을 하였습니다. “너무나도 배가 고픕니다. 열심히 일할 테니 나를 좀 받아주십시오”하고 말입니다. 연세가 지극한 주인 할아버지는 가게도 작고 여유도 없지만 너무나도 불쌍해 일을 시켜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만하기 이를 데 없는 왕자가 여러 수행원들을 대동한 채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주인 할아버지를 향하여 겁박하듯 명령하였습니다. “지상에 있는 최고 좋은 가죽으로 최소한 3년은 능히 신을 수 있는 구두를 만들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천사가 보니 그는 내일 죽을 사람이었습니다. 내일 죽을 사람이 3년을 신을 수 있는 튼튼한 구두를 만들라는 왕자를 바라본 천사는 문득 첫 번째 해답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은 내일을 모르고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일부분입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인생은 내일을 모르고 살아가는 가련한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온갖 지식으로 잘난 척 하는 인생들이 왜 세상 이치는 다 아는데 하필이면 내일 일은 모를까요? 의외로 그 대답은 간단합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그렇게 만들어 놓으셨기 때문입니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하나님이 이 두 가지를 병행하게 하사 사람으로 그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전도서7:14)
그렇습니다. 필자는 지난 2023년 1월 1일부로 목회를 시작한 지 만 50년을 보냈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부산과 서울 그리고 미국에서 인도한 장례식만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하였습니다. 그 중에는 수(壽)를 다 하시고 호상(好喪)을 치르신 분도 계셨지만 상상을 초월할 만큼 젊은 나이에 요절한 분도 많았습니다. 결론은 전도서의 말씀과 같이 인생은 내일을 모르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시애틀 어느 교회의 계간지에 실린 한 여고생의 수필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여고생은 집을 나서기 전 반드시 자기 방의 이부자리와 책상과 주변을 단정하게 정리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만약에 집을 나섰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소중한 깨달음이었습니다.
우리는 늘 이렇게 살아가야 합니다. 필자는 성도들에게 전할 설교를 준비할 때나 그 말씀을 전할 때 늘 다짐합니다. “이 설교가 내 생애에 마지막 설교일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 각오로 준비하고 전하니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 내일이 나에게 찾아오지 않고 오늘이 나의 마지막 순간이라면 그 누구도 화내며 살지 않을 것입니다. 욕심을 부리지도 않을 것입니다. 잘난 척 교만하지도 않을 것이며 낙심하며 절망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할 수 있는 한 친절하고 사랑하며 나누어주고 함께 하며 소중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원히 죽지 않고 살 것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시는 보지 않을 듯이 할 말을 다 해버리고 아주 작은 것에도 등을 돌리며 원수를 맺고 돈으로 천국이라도 살듯이 그렇게 돈에 올인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그 날 밤에 죽고 내일을 맞을 수 없다면 누가 그 장례식장에 찾아오겠습니까? 최소한 나의 마지막 가는 그 외로운 순간에 한 사람이도 더 찾아오도록 준비하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영원불변의 진리인 “인생은 내일을 모르고 산다.”는 이 사실만은 꼭 기억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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