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에 퍼지는 '우크라 피로'…전쟁 장기화에 지지 의지 균열 조짐[딥포커스]
- 23-09-29
폴란드 "무기 지원 안해"…미국도 싸늘한 시선
지지부진한 반격에 회의론…각국 정치상황도 의식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서방 동맹국들에 이른바 '우크라이나 피로'가 퍼지고 있다.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국이었던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 문제 등으로 지원을 철회한다고 선언했고 '큰 손' 미국도 작년과 달리 우크라이나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지원을 쏟아부었지만 반격의 성과가 기대한 것보다 부진하다는 점과 각국 현재 정부가 미래에는 집권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 겹쳐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이상 지원 안 한다"…달라진 서방 분위기
29일 BBC와 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현재 서방에는 전쟁 장기화로 인한 '우크라이나 피로'가 퍼지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지난 20일 돌연 폴란드 무기 현대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이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발단은 자국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폴란드의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였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반발해 폴란드 등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고 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를 두고 러시아를 돕는 "정치적 연극"이라 비난했다.
폴란드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고 정치계에서도 '고마움을 모른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무기 지원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치달았다. 이후 양국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서방의 균열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에 1000억달러(약 133조원) 상당의 지원을 제공한 미국에서도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친우크라이나 성향이었던 공화당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로저 마셜 공화당 상원의원은 "의회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또다시 백지수표를 보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으며 강경 우파 의원들은 우크라이나의 반격 상황이 실망스럽다며 추가 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이날 백악관에 보내기도 했다.
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불발된 우크라이나가 불만을 드러내자 벤 월리스 전 영국 국방부 장관은 "우리는 아마존(인터넷 쇼핑몰)이 아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부진한 반격에 회의감…각국 정치 상황도 변수
이처럼 견고하던 서방의 지지가 달라진 데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4개월째 접어들었지만 러시아군의 견고한 방어선에 막혀 하루에 겨우 수 m만 이동했을 정도로 지지부진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우크라이나 흑토 지대가 진흙탕을 바뀌는 '라스푸티차'와 혹독한 겨울도 다가와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CNN도 "앞으로 몇 주간 반격에 큰 돌파구가 없다면 서방 정치인들에게는 전쟁의 정치적 해결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며 전선이 교착될수록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 의지가 시험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국의 정치적 상황도 지원에 대한 회의론을 부추긴다는 관측도 있다.
폴란드 집권당 법과정의당(PiS)은 농촌 지역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어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입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또 내달 총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불만이 커져 극우연합인 '자유독립연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지자 무기 지원 중단 같은 초강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서방이 각국 현재 정부가 미래에는 집권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며 장기적인 군사 지원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WSJ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우크라이나) 원조를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며 "이때문에 지원 약속을 확정하고 미래 정부의 후퇴 전략을 제한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고 짚었다.
한편 이런 상황을 의식한 우크라이나의 '퍼스트 레이디'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미국 ABC뉴스 인터뷰에서 "때때로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피로'에 대해 이야기한다"면서도 "우리는 싸움을 멈출 수 없다. 우리가 끝까지 싸울 수 있도록 제발 지원을 멈추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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