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진(眞)ㆍ선(善)을 품은 미(美)
- 21-05-10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진(眞)ㆍ선(善)을 품은 미(美)
여러 해 전 일본을 관광하고 돌아온 어떤 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가 속한 관광팀 7명이 모두 한 마이크로 버스에 동승하여 6일간을 관광하게 되었습니다. 음식도 좋았고 숙소도 편했고 버스의 승차감이나 안정성 등 더 바랄 게 없을 만큼 모든 조건이 완벽했습니다. 게다가 날씨까지 좋아서 금상첨화 격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옥에 티라고 한다면 그들을 안내하는 아가씨의 용모가 좀 더 예뻤으면 하며 아쉬움이었습니다. 일행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한시간 두시간,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 안내양이 사용하는 고운 말씨나 교양 있게 처신하는 나무랄 데 없는 행동이나 또 마음으로부터 손님들을 위해주는 정성스러운 태도를 보면서 손님들의 생각이 처음과는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관광 마지막 날이 되어 서로 헤어지게 되었는데, 관광을 시작할 때와는 정반대로 그들이 가장 아쉬워했던 것은 그 안내양과의 작별이었다고 합니다. 일행 모두가 공통된 느낌이었다고 하니 교양이 끼치는 영향과 힘이 얼마나 크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교양으로부터 풍기는 아름다움은 꽃 향기와도 같아서 시간과 더불어 은은하게 서서히 나타나게 되고 그 향기의 진가를 체득하게 되면 다른 그 어떠한 미보다도 교양의 미를 높이 보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교양이란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입니까. 다른 사람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남을 배려하고 위하는 착하고 진실된 언행이 생활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품격입니다.
미국의 어느 간호대학에서 신입생을 모집한 뒤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시험을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험지 맨 끝에 있는 문제가 좀 특이했습니다. 그 문제는 ‘그 건물을 청소하는 아주머니의 이름을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와 말 한마디 주고받은 적도 없고 얼굴 한번 마주한 일이 없는 학생들은 ‘뭐 이런 문제가 다 있어!’하는 반응을 나타내면서 그 문제의 답을 쓰지 못한 채 제출하였습니다. 그 후에 학생들이 담당 교수에게 그 문제도 점수에 가산이 되느냐고 묻자 그 교수는 물론 가산이 된다고 하면서, 간호사는 그 누구보다도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 병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주고 아껴주고 격려해줘야 하며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들을 찾아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어 줄 수 있어야 간호사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들은 간호사를 백의천사(白衣天使)라 부르기도 합니다. 흰 옷을 입은 천사라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왜 그들을 백의천사라고 부릅니까. 그들의 외모가 아름다워서 만도 아니고 희고 깨끗한 가운이 그들에게 잘 어울려서도 아니고 그들에게 간호학 지식이 풍부하기 때문만도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언제나 약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무엇입니까. 위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나타내는 것이 사랑입니다.
간호사는 언제나 도움을 구하는 환자들을 대하기 때문에 그 환자들의 가족들도 해줄 수 없는 도움과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기회를 누구보다도 많이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들의 친절한 말 한마디, 정다운 표정 하나 하나 등 그들의 일거일동이 다 위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나타내는 사랑인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상으로 삼는 가치가 참되고(眞) 착하고(善) 아름다움(美)인데, 이 셋은 각기 독립된 가치보다는 연합하여 더 높은 품격으로 승화시켜 줍니다. 정직하고 진실함이 없는 아름다움이 있을 수 없고, 선량한 마음이 결여된 미를 상상할 수 없습니다. 참되고 착하고 아름다움이 하나의 통일된 가치로 표출될 때 거기에서 아름다운 인격체가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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