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러운 세금" 상속세 폐지 검토하는 英…한국서도 논의 불 붙을까
- 23-09-27
전문가 "2중 비과세 문제 생길 수 있어" 반대 목소리도
정부, 유산취득세 전환 추진…기재부 "연구용역 진행 중"
영국이 현재 40%에 달하는 상속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상속세제 개편 논의에 불이 붙을지 주목된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상속세제 폐지나 세율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며 과세 방식을 기존 '유산세' 방식에서 벗어나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27일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 따르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상속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영국의 상속세는 현재 32만5000파운드(약 5억3000만원)를 넘는 유산에 기본적으로 40%의 세율이 부과되고 있다. 수낵 총리 측은 상속세를 놓고 "가장 혐오스러운 세금"이라고 지칭해왔다.
상속세 폐지를 검토한 나라는 영국뿐이 아니다. 많은 나라들이 상속세 폐지를 검토한 끝에 실제 폐지를 해왔다.
예를 들어 호주, 캐나다, 스웨덴 등은 상속세를 폐지했으며 대신 자본이득세를 적용하고 있다. 증여받은 자산을 처분해 이득을 얻었을 때 과세하는 방식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23개국이며 상속세가 없는 국가는 15개국이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23개국 중 직계비속에게 상속세율을 추가 인하하는 국가는 14개국이며, 그중 4개국은 직계비속에 대해서는 상속세가 면제된다.
우리나라의 명목 상속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2위다. 최대주주할증과세까지 포함하면 60%로 높아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높다 보니 영국처럼 폐지나 인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속세 폐지는 이중 과세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이미 소득세로 낸 부분에 상속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것에는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영국은 소득세로 대부분 다 과세하지만 우리나라는 비과세하는 부분이 많다"며 "소득세도 안 내고 상속세도 안 내는 2중 비과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정부는 상속세제를 고치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상속세 문제는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다른 OECD 국가들처럼 상속세를 대폭 낮추자고 하면 반론이 강하게 제기될 것"이라며 "사회적인 공론화와 공감대 형성이 먼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상속세제 폐지나 세율 인하보다는 과세 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산세는 고인이 남긴 전체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를 하는 반면, 유산취득세는 각 유족들이 상속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구조다.
유산세는 유산 전체가 과세 대상이 되고 여기에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만큼 유산취득세 방식보다는 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유산취득세로 개편되면 유족들의 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상속세가 있는 23개국 중 한국·미국·영국·덴마크만이 유산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상속세 개편팀을 구성해 유산취득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에 진행되던 연구용역이 당초 5월에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검토할 게 많다 보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개혁안이 나오는 시점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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