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큰손' 사우디, 1조3000억원 투자해 호날두 등 영입하는 이유는?

스타들 거액 주며 영입…리그 수준 높이려는 의도

"축구로 젊은 층 불만 잠재워 왕조 보존" 의견도


중동의 큰손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전 세계 축구 슈퍼스타들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쥐어주며 자국 리그로 모으고 있다.

사우디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축구에 투자하는 데에는 자국 축구의 수준을 높이고 리그의 가치를 올려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국의 인권문제 등에 대한 관심을 스포츠에 돌리는 '스포츠워싱'이라는 지적과 젊은 세대의 불만을 잠재워 전제군주제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CNN은 최근 사우디의 공격적인 축구선수 계약 체결을 언급하며 "사우디가 축구의 세계 질서를 뒤흔들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사우디프로리그(SPL) 클럽들은 최근 이적 기간 10억 달러(약 1조3300억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해 프랑스 리그앙,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 A, 독일 분데리스리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 주요 축구 리그에서 총 94명의 선수를 영입했다.

PSG에서 뛰던 네이마르가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 알힐랄로 전격 이적해 파리에서 파하드 빈 나펠 회장과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8.1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PSG에서 뛰던 네이마르가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 알힐랄로 전격 이적해 파리에서 파하드 빈 나펠 회장과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8.1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중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네이마르, 카림 벤제마, 사디오 마네 등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들도 포함됐다.

SPL은 이들을 사우디로 영입함으로써 "경기장 안팎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사우디의 젊은 인재를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사우디의 스포츠 투자를 주도하는 국부펀드(PIF)는 단순 선수 영입을 넘어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하기도 했다.

CNN은 실제로 이런 투자로 사우디의 축구 실력이 크게 변화할지는 두고봐야 한다면서도 SPL의 경쟁력 제고에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프랑스 SKEMA 경영대학원의 스포츠 및 지정학경제학 교수인 사이먼 채드윅은 CNN에 "알 이티하드와 알 힐라의 경기에는 4만, 5만, 6만명의 관중이 모인다"며 "이는 첼시 대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 맨체스터 시티와 비슷한 규모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오는 12월 최초로 FIFA 클럽 월드컵도 개최할 예정이며 2027년 AFC 아시안컵 유치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또 사우디가 그리스, 이집트와 함께 2030년 FIFA 월드컵 유치를 두고 경쟁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사우디가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행보에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자국 내 인권 침해, 여성 권리 침해 등을 가리기 위해 '스포츠워싱'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이런 비난에 개의치 않는다며 "스포츠워싱으로 국내총생산(GDP)이 단 1%라도 증가한다면 스포츠워싱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왕조의 보존을 위해 이처럼 스포츠에 투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30대 이하의 젊은 층의 관심을 축구로 돌려 이들 주도의 반정부 시위 등을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채드윅 교수는 축구 산업이 일자리와 국내 투자 등을 창출하는 효과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왕실의 안위다"라며 "사우디에는 Z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새로운 사회적 과제로 떠올랐다"고 주장했다.

이와 동시에 사우디에는 소셜미디어(SNS) 등에 정부와 왕조에 대한 부정적인 주장을 펼쳤다는 이유로 구금된 국민의 수도 크게 늘었다고 채드윅 교수는 전했다.

국제엠네스티는 사우디에서 지난해와 올해 사이 형사 기소 사건이 크게 늘었고 지난해에 총 196건의 사형이 집행됐으며 이는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또 사우디가 다른 국가의 스포츠리그와 다른 점은 바로 그 불투명성이라고 CNN은 짚었다.

실제로 사우디의 골프 대회인 LIV 골프와 미국프로골프(PGA) 합병 논란이 불거졌을 때 미 상원 상설조사소위원회(PSI)는 합병의 경위와 새로 설립될 법인의 구조 및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세부 정부를 요구한 바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2019년 각국 국부펀드 투명성 조사에 따르면 PIF는 총 64개국 중 최하위권에 속했다.

채드윅 교수는 "모든 리그를 관리하는 독립적인 기관이 없는 한 정확한 정보가 무엇인지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다"며 "선수의 이적 가치와 연봉 정보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부풀려지거나 축소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SPL 측은 사우디가 유럽이 하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SPL 총괄 디렉터인 마이클 에메날로는 CNN에 "모든 것이 이탈리아에 집중됐던 때도 있었고 스페인이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다"며 "우리는 업계에서 공정한 규모로 경쟁하며 업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개선할 기회를 잡으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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