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시골도서관 폐쇄해서는 안된다"

컬럼비아 카운티 판사, 성관련 서적 진열 반대한 발의안 위헌판결


워싱턴주 동남부 컬럼비아 카운티에서 청소년 성정체성 관련 서적의 진열을 반대하며 카운티 도서관 폐쇄를 추진해온 보수파 주민들의 시도가 20일 법원판결로 일단 물거품이 됐다.

컬럼비아 카운티 법원의 줄리 칼 판사는 왈라왈라 동북쪽 데이턴에 소재한 콜럼비아 카운티 유일의 공립도서관을 폐쇄하려는 주민발의안을 오는 11월 선거에 상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칼 판사는 대다수 주민의 투표권을 무시한 이 발의안은 위헌이며 발의안 추진 및 서명수집 과정에서 범법행위가 개입됐을 개연성을 이유로 원고인 ‘진보를 위한 마을연합’의 을 들어줬다.

칼 판사는 데이턴 도서관이 농촌도서관 시스템에 소속돼 컬럼비아 카운티 전체 유권자의 3분의2가 몰려 있는 데이턴시 유권자들은 도서관 세금을 내면서도 이 발의안에 투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칼 판사는 도서관이 폐쇄되면 저소득층 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하는 회의실과 컴퓨터 장비도 사라지며 특히 홈리스들이 혹한과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도서관 폐쇄 발의안을 주도해온 제시카 러프콘은 칼 판사를 ‘진보 쟁이’라고 비꼬고 “캠페인을 이렇게 끝내려고 투쟁해온 건 아니다. 우리의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러프콘은 보수단체인 ‘침묵하는 다수 재단’의 지지를 받고 있다.

러프콘은 지난해 데이턴 도서관의 어린이 및 청소년 섹션에 성 정체성과 섹스, 인종 등에 관한 도서, 특히 ‘T(성전환)는 무엇인가’라는 책의 진열을 반대했다가 그 대상을 점차 100여 권까지 늘렸다. 당시 도서관장은 어떤 책을 읽을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라며 이를 적극 반대해오다가 올해 초  “지쳤다”며 사직하고 데이턴을 떠났다. 그의 후임인 현 관장은 청소년 섹션의 성관련 책자들을 성인섹션으로 옮겼지만 러프콘 그룹은 그것으로 충분치 않다며 도서관 폐쇄 주민발의안을 추진, 정족수 지지자들의 서명을 얻어 11월 선거에 성공적으로 상정했다.   

지난달 러프콘과 컬럼비아 카운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진보를 위한 마을연합‘의 엘리스 시비어 대표는 칼 판사의 결정이 “올바른 길을 향한 첫 걸음’이라며 이번 논쟁을 많은 카운티와 주정부는 물론 미국인 전체가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고 주장했다. 미국 도서관협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많은 도서관들이 데이턴 도서관과 비슷한 이슈를 놓고 논란을 겪고 있지만 주민투표로 폐쇄 직전까지 몰린 곳은 데이턴 도서관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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