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폭스뉴스 소유, 美언론재벌 왕관 쓴 '라클런 머독'[피플in포커스]

11월부터 뉴스코프 단독회장…아버지 루퍼트 머독 계승

'개표조작' 보도로 거액 배상…AI 침공에 수익악화 대비해야


호주 출신 미국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92)이 조만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그의 장남인 라클런 머독(52)이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의 회장직을 잇게 됐다.

가짜뉴스의 범람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출현으로 기성 언론의 입지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 폭스뉴스, 더 타임스 등 다수의 영미권 대형 언론사를 소유한 뉴스코프가 '젊은 피 수혈'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머독은 2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오는 11월부터 뉴스코프와 폭스 코퍼레이션 회장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두 자리는 현재 뉴스코프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라클런이 단독으로 계승한다.

라클런은 머독의 여섯 자녀 중 셋째로 1971년 머독과 두번째 부인인 안나 사이에서 태어났다. 영국 런던에서 유년기를 보낸 라클런은 한 호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유독 신문 읽기를 좋아했다고 고백했다.

라클런은 매일 아침 등교하기 전 뉴욕타임스(NYT)와 WSJ등 조간 신문을 읽으며 아버지가 관심이 있어할 법한 기사에 표시를 한 뒤 이를 보고했다고 한다. 라클런의 전기 '후계자'에는 그가 아버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신문에서 본 정치 현안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자주 언급한 것으로 묘사됐다.

가족들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라클런은 맨해튼의 명문 사립학교인 트리니티 스클에 재학했다. 정치에 눈을 뜬 라클런은 이때 "균형있는 정치적 관점을 기르고자" '트리니티 보수주의 협회'를 결성했다. 이후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인 프린스턴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1994년 대학을 졸업한 라클런은 가족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아버지의 고향인 호주에서 3년간 뉴스코프 오스트리아의 지주회사인 뉴스 리미티드의 회장직을 맡았다. 1999년 미국으로 돌아온 라클런은 뉴스코프 최고운영 부책임자로 승진해 미국 내 텔레비전 방송과 일간지 뉴욕포스트 발행 사업을 지휘했다.

언론 업계는 이를 계기로 라클런이 뉴스코프의 후계자로 확정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2005년 라클런이 돌연 사임하면서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 제국을 이끌 후계자가 누구일지 의문이 증폭됐다. 라클런은 호주 라디오방송국을 인수한 민간투자회사 일리아를 설립해 경영하다 2015년, 뉴스코프에서 분사된 21세기 폭스(現 폭스 코퍼레이션)의 공동회장직을 동생인 제임스와 공동으로 맡으며 가족 사업에 복귀했다.

21세기 폭스에 있던 기간 라클런은 제임스와 함께 여러가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9년 21세기 폭스의 엔터테이먼트 부문을 710억달러(약 95조원)에 월트 디즈니에 매각해 조직 전반을 슬림화했다. 이 과정에서 폭스 코퍼레이션을 설립해 21세기 폭스에 남은 방송 보도 및 스포츠 중계 사업을 흡수했다.

 

제임스는 구조조정 작업이 마무리된 뒤 폭스를 떠났다. 폭스 코퍼레이션의 단독 회장이 된 라클런은 케이블 방송 시청자들이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넘어가는 등 미디어 산업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자 보수 시청자들 입맛에 맞는 방송을 송출하는 방식으로 폭스 시청률을 사수했다.

이러한 폭스의 '보수 구애' 전략은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재선 도전에 실패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트럼프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폭스는 대선 개표기계에 문제가 있다는 가짜뉴스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2년의 재판 끝에 법원에 의해 개표 조작설이 허위사실로 밝혀지면서 폭스는 지난 4월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개표기 업체에 7억8500만달러(약 1조500억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폭스의 신뢰도에 금이 가자 라클런은 "뉴스 가치가 있는 사건들을 보도했던 조직으로 되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대선 조작설과 코로나 백신 음모론 등에 힘을 실었던 폭스 뉴스의 간판 앵커 터커 칼슨의 계약을 해지했다. 그럼에도 로이터는 "신문과 방송사업을 통해 자신만의 유산을 쌓아 올린 루퍼트 머독과 달리 아들 라클런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평가했다.

AI 기술의 고도화로 인해 언론사의 지식재산권이 침해되고 광고수익이 위협받는 문제도 라클런에게 남은 과제다. 언론 업계는 현재 챗GPT와 같은 AI 챗봇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온라인에 게재된 언론사 기사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로버트 톰슨 뉴스코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열린 세계뉴스미디어 총회 기조연설에서 "AI의 답변 내용은 사실상 기사 일부를 발췌한 것에 불과하지만 새롭게 합성돼 마치 별개의 콘텐츠인 것처럼 표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뉴스코프의 WSJ를 비롯해 NYT와 폴리티코 등이 소송전을 비롯한 공동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AI 챗봇을 활용한 검색이 증가함에 따라 사용자들이 온라인 기사에 접속할 필요가 없게 된 점도 우려하고 있다. AI 챗봇이 사안과 관련된 기사를 종합해 줄글 형태로 요약 정리해 주기 때문이다. 자사 홈페이지 방문자수는 언론사 광고 수익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민감할 수밖에 없다.

톰슨 CEO는 "AI가 생성한 콘텐츠로 인해 독자가 언론사 홈페이지에 발길을 끊을 수 있다"며 "극심한 수익 압박과 불확실한 거시 경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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