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환자 '마지막 얘기' 듣는 한국계 목사…"이들의 공통 주제는 후회"
- 23-09-21
준 박 목사, 임종 앞둔 이들 마지막 지키며 위로와 지지·공감
유년 시절 학대 경험…회복 과정서 위안 찾아…"환자 위로"
미국의 한 병원에서 죽음을 앞둔 수천명의 환자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어주는 한국계 목사 준 박(41)의 사연을 미국 CNN방송이 19일(현지시간) 집중 조명했다.
미국 플로리다의 탬파 종합병원의 원목인 박 목사는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은 이들과 공유한다.
그는 환자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여전히 그들이 생각난다면서,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대화를 함께 공유하며 서로가 치유받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환자들의 사생활이 보호가 되는 선에서, 마지막 순간을 앞둔 그들과 나눴던 대화 내용들을 공유한다.
박 목사는 암에 걸리기 전 음악가가 되기를 꿈꾸며 길거리에서 지내던 한 청년이 기억난다고 했다.
청년은 임종 직전 박 목사에게 "꿈을 이루지 못해 안타깝다"며 생전 한 번도 갖지 못했던 집에 대한 노래를 마지막으로 들려줬다.
갓 태어난 세쌍둥이를 한꺼번에 잃은 엄마도 있었다. 그는 박 목사 앞에서 죽음 전 매우 큰 비명을 내질렀다고 한다.
죽음을 앞두고 겁에 질린 10대 소녀는 자신이 죽지 않게 기도해 달라며 간절히 박 목사의 손을 잡기도 했다.
이처럼 박 목사는 지난 8년간 1040개 병상 규모의 미국 탬파 종합병원에서 원목으로 활동하며 죽음을 앞둔 이들의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유년시절 극단 선택 시도…"이야기 속에 치유"
자칫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직업인만큼 지칠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누구보다 절망감을 잘 알기에 자신의 적성엔 이 직업이 잘 맞다고 그는 말했다. 어린 시절 자신 역시 아동 학대의 피해자였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입원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라르고에서 한인 이민자 2세로 살아온 그는 종교적 차이가 크고 권위를 중시하는 부모 밑에서 신체와 언어적 학대를 당했다고 했다.
성인이 된 뒤에는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썼고, 치료 과정에서 영성에서 위안을 찾았다.
그는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지쳐 있었고 우울했다"며 "어떤 것에 몰입하는 능력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트라우마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상담 치료와 깊은 성찰, 약물 치료 등을 통해 자신의 상처가 고통이나 아름다움을 전하는 세상으로의 관문이 될 수 있겠단 사실을 배웠다고 했다.
이에 2008년 노스캐롤라이나주 포레스트의 신학교에 등록을 했으며 목사로서 사람들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깊고 공감적인 관계 형성이 됐다고 전했다.
신학교 졸업 이후엔 자신처럼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그는 자신이 삶에서 겪어온 일들을 통해 환자나 그 가족들과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됐다면서 "원목으로 일하면서 어떤 목적도 없이 오로지 완전한 연민과 이해로 상대를 보고, 듣고, 그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의 죽음을 앞둔 이야기를 들으며 "모든 환자들과 함께 지내며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반드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것을 배웠다"며 "그 이야기 속에 치유가 있다"고 했다.
미국 플로리다의 탬파 종합병원에서 원목으로 일하며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준 박(41) 목사의 사연을 미국 CNN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 보도 갈무리 |
자신을 성직자(priest)와 치료사(therapist)의 중간 성격인 '치료 목사'(therapriest)라고 표현한 그는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하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했다.
박 목사는 "부분의 대화는 정신 건강에서 슬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며 "우리는 신앙과 죽음 사이의 어떤 공간에 있고, 환자들이 대화를 원할 때 어떤 형태로든 그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존재 의의를 설명했다.
박 목사는 죽어가는 환자들이 공통으로 얘기하는 주제는 '후회'라고 했다. 대부분의 후회는 "살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만 했다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그것이 늘 우리의 잘못은 아니고, 때때로 우리가 가진 자원이나 시스템, 주변 문화가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죽음을 앞둔 이들이 마지막 순간 후회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마침내 자유를 찾은 환자를 온전히 봐주고 들어주는 것이 내 희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죽음을 앞둔 이들은 남는 이들에 대해서도 걱정한다고 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 없이도 괜찮을까", "엄마는 누가 돌봐줄까", "나 없이 아들과 딸들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등등 남겨지는 이들에 대해 죽음의 문턱 앞에서 걱정한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이들의 걱정에도 모두 공감하며, 이러한 걱정들 역시 이야기를 통해 치유할 수 있는 발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한인 뉴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구순 앞둔 성옥순시인 두번째 시집냈다
- 워싱턴주 음악협회 정기연주회 매진임박 “20% 할인 혜택도”
- 시애틀오페라 '한국인의 날'행사 성황리에 열려(+영상,화보)
- 귀여운 시애틀통합 한국학교 유치부 졸업식 개최(+영상,화보)
- 벨뷰통합 한국학교 신나는 장날행사 성황리에 열려(+화보)
- 박용국ㆍ케이 전ㆍ리디아 리 “상공회의소 징계는 원천무효”
- ‘모두의 오월, 하나되는 오월’된 시애틀 5ㆍ18기념식(+영상,화보)
- [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김철훈목사 소고(小考-3)
- 경찰 총에 사망한 LA한인 사건 바디캠 공개돼...문열리고 8초만에 탕탕탕
- ‘민중미술 거목’ 김봉준 화백 "‘다문화 공생’출발을 시애틀서…"(영상)
- 서은지 시애틀총영사, 오레곤 한인단체장들과 간담회 개최
- "서울대 워싱턴주 동창회 장학금 신청하세요"
- [하이킹 정보] 시애틀산우회 18일 3개 코스로 토요정기산행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18일 토요산행
- ‘불타는 트롯맨’탑7 “한인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 킹카운티 법원 정상기 판사 사실상 당선 확정
- 벨뷰통합한국학교 신나는 운동회 개최
- 한국 ‘민중미술 거목’ 김봉준 화백 시애틀온다
- '불타는 트롯맨' 탑7 시애틀 공연 신나고 재미었다(+영상.화보)
- 아시아나항공 “한국행 최대 30% 할인 등 여름 특가이벤트”
- KWA대한부인회 "피어스카운티 비지니스 활성화 그랜트 신청하세요"
시애틀 뉴스
- 타겟도, 맥도날도 가격 내리겠다
- “올해 워싱턴주지사선거 박빙의 승부 될 것 같다”
- 30년간 시애틀지역 전염병과 싸워왔던 제프 두친 국장 은퇴
- UW내 친팔레스타인 점거시위 오늘 해체된다
- 중국, 라이칭더 취임날 미국 보잉 등 제재 …"대만 무기 판매 관여"
- 시애틀타임스 40년 발행인 물러난다
- 킹 카운티 기록실, 엉뚱한 사람에게 700만달러 잘못 징수
- 50대 타코마 시의원,자궁경부암으로 별세
- 90세 흑인 전직파일럿 태운 블루오리진 우주선 발사(영상)
- 자폐 앓은 벨뷰 10대 밤새 탈출 대소동
- 시애틀 발라드 명물 ‘업 하우스’ 셋집으로 나와
- 시애틀 팔리아치 피자 또 집단소송 당했다
- MS "AMD 칩 쓸 것" 엔비디아 2% 급락-AMD는 1% 상승
뉴스포커스
- 尹, '26조' 특단 지원으로 '칩워' 승부수…반도체 경쟁 고삐
- '기준금리 3.5%' 11연속 동결…한은 "긴축 충분히 유지할 것"
- "전공의들 일용직 전전"…1646명이 생계 지원금 신청
- '추미애 법사위원장' 카드에 與 '황당'…민주, 당원 달래기 '구상'
- 이재명 "2만명 넘게 탈당했다" 고백…"당원 중심 정당으로 가야"
- 민주, 생존해병 어머니 편지 배달…'표단속' 국힘, 심기 불편
- 카카오 "개인정보 유출 아니다…과징금 조치에 '행정소송' 예고
- 민주, 15주기 노무현 추도식 총집결…친문계 결집 구심력 주목
- 尹 "총선 결과 안타깝지만 다 내 탓…국민께 다가가겠다"
- 연기금 이달 '팔자' 나섰다…삼성전자·SK하이닉스 집중 매도
-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저출생 효과 있겠지만…'월 200만원'은 장벽
- 뉴진스님 윤성호, 말레이 이어 싱가포르서에서도 공연 못 한다
- '한국 문단 거목' 신경림 타계, 향년 88세…노태우 정권선 사찰 대상
- '법카 유용' 김혜경 측근 배씨 "김씨 모르게 내가 결제"
- 소환 다음날 김호중 구속영장 신청 왜…경찰, '거짓 진술'로 판단
- '채상병 특검법' 부결돼도 안심 못해…22대 땐 '단 8표' 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