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미착용' 죽음 1주기…서방 추가 제재에 이란 반발

미국·영국·EU·캐나다, 對이란 제재…"폭력과 검열로 시위 막으려 했다"

 

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도덕경찰에 구금된 뒤 이내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의 기일에 맞춰 서방국들이 잇달아 대(對) 이란 제재를 내놓았다. 이란 정부는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캐나다는 아미니 사망 1주기를 하루 앞두고 이란 내 개인과 단체를 상대로 새로운 제재를 부과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과 국무부는 이날 아미니 죽음과 시위 진압에 책임이 있는 이란 개인 25명과 국영언론 3곳 인터넷기업 1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및 치안기관인 법집행부대(LEF) 핵심 관계자와 교도소 총책임자, 아미니 죽음에 항의하는 '히잡 시위'를 막기 위해 통신선을 차단한 인터넷기업과 이를 편파적으로 보도한 언론 매체가 포함됐다.

히잡 시위 진압을 명분으로 미국이 이란에 제재를 가한 건 이로써 13번째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아미니의 비극적이고 말도 안되는 죽음은 이란 전역에 시위를 촉발시켰다"며 "이란 정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폭력과 대량 체포, 인터넷 차단과 검열로 이를 막으려 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영국은 이란 도덕경찰이 아미니를 체포하는 근거가 된 '히잡법'을 계속 시행하는 이란 문화이슬람부 장·차관과 테헤란 시장, 이란 경찰 대변인 등을 무더기로 제재했다. 유럽연합(EU)도 IRGC와 지역 경찰청장, 교도소장 등 이란 관리 4명을, 캐나다는 이란 문화혁명최고위원회(SCCR) 관계자를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서방국들의 "불법적이고 비외교적인 행동을 했다"며 히잡 시위를 겨냥해 "우스꽝스럽고 위선적인 시위에 대한 지지와 내정에 간섭하는 발언을 중단하라"고 했다.

쿠르드족인 아미니는 지난해 9월 가족과 함께 이란의 수도 테헤란 도심을 거닐던 도중 히잡을 이슬람 율법에 맞게 올바르게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끌려간 뒤 사흘 만에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이란 정부는 심장마비에 의한 자연사라고 주장했지만 연행 과정을 지켜본 목격자들은 도덕경찰이 마흐사를 구타해 의식불명의 상태로 만들었다고 증언해 공분을 자아냈다.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 등 인권단체에 따르면 아미니 사망 이후 수개월간 이란 전역에서 전개된 반정부 시위로 인해 최소 500명이 숨지고, 2만여명이 체포됐다. 이란 사법 당국은 보안군을 공격한 시위 참가자 7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이란 당국은 아미니 기일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다시 촉발될 것을 우려해 이날 아미니의 고향인 서부 코르데스탄주 도시 사케즈에 병력을 배치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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