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비만 치료에 치매까지…이 '만병통치약'에도 약점은 있다 [약전약후]
- 23-09-16
심혈관질환 발생위험 줄여…금연‧1형 당뇨 개선에도 도움
자해충동 이상반응 등 보고…EMA, 안전성 분석 나서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GLP-1 수용체 작용제(RA) ‘세마글루타이드’는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2형 당뇨와 비만 치료 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줄이고 금연 등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얻은 별명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비만 치료제로 유명해지면서 품귀 현상이 일어나는 등 각광을 받고 있는 치료제다. 다만 일각에선 자해충동과 위무력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인체 GLP-1 호르몬과 비슷한 구조를 갖춘 GLP-1 수용체 작용제(RA)다. GLP-1 호르몬은 음식 섭취 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췌장 베타세포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늘리면서 글루카곤 분비를 감소시켜 혈당강하 등의 효과를 낸다. 또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위에서 음식물 통과를 지연시켜 포만감 유지에 도움을 준다.
만병통치약 별명을 가진 세마글루타이드는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이라는 이름으로 승인을 받았다. 이후 2021년 FDA는 ‘위고비’라는 이름으로 세마글루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허가했다. FDA의 위고비 허가는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오젬픽 매출은 올해 상반기 417억4100만덴마크크로네(약 5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규모다. 위고비 매출은 같은 기간 120억8100만크로네(약 1조5000억원)를 나타냈다. 전년 동기에 비해 367% 성장한 금액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약물로만 올해 상반기 7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확보한 셈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의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세마글루타이드가 심혈관질환 위험(MACE)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지 알아보는 연구다. 지난 2018년 시작된 임상 3상시험(임상명 셀렉트·SELECT)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는 MACE 발생 가능성을 20% 낮췄다. 셀렉트 임상은 전 세계 41개국, 의료기관 800곳에서 수행됐다. 모집된 환자 수만 1만7604명이다.
덴마크 노르셸란드 병원 연구진은 지난해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한 사람들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발병률이 낮은 것을 발견했다. 일부 투약자는 술‧담배 등 중독욕구가 감소하는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 버팔로 대학교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제1형 당뇨 환자에서도 효능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형 당뇨병은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 분비가 아예 나타나지 않는 질환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이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3~6개월간 인슐린 주사 대신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하자 6개월 후 10명 중 7명이 더 이상 기초 인슐린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만병통치약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세마글루타이드지만 일각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부작용감시위험평가위원회(PRAC)는 세마글루타이드의 자살‧자해충동 유발 가능성에 대한 안전성 분석에 나섰다. 아이슬란드 보건당국이 수집한 세마글루타이드 투약 환자의 자살‧자해충동 유사 사례는 150건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EMA는 세마글루타이드 외에도 GLP-1 유사체 계열 약물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는 오는 11월 완료될 전망이다. EMA는 아직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으므로 새로운 이상반응 신호가 있다고 반드시 약물이 부작용을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한 환자에서 위무력증 사례가 나타났다. FDA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약물을 투약한 환자의 위무력증 사례를 보고받았다. 일부는 치료를 중단한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FDA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직접 위무력증을 유도했는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편 지난 6일 기준 세마글루타이드를 개발한 노보노디스크 시가총액은 4279억달러(약 571조원)를 기록하면서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인 4060억달러(약 539조원) 이상을 나타냈다. 루이비통으로 유명한 프랑스 명품 대기업 LVMH의 시총 4185억달러(약 556조원)를 넘어섰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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