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 '전기차 천지' 분위기더니…'전동화' 속도조절하는 업체들

벤츠 회장 "모든 신차 EV화 어려울 수 있어"…아우디 "도약에 시간 필요"

테슬라·중국발 가격 경쟁에 부담도 커져…"불확실성 커 고민 큰 시점"


기후변화 문제가 자동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상당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EV 시프트'를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시장 확대가 주춤하면서 전동화 전환에 속도조절을 하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10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 최대 모터쇼 'IAA 2023'에는 대부분의 업체가 전기차를 들고 참석했다. 완성차 산업의 변화를 보여주면서도, 일부 업체들은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생산하는 것에는 불확실한 전망도 내비쳤다.

올레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CEO, 이사회의장)은 "2030년까지 유럽에서 판매하는 모든 신차의 EV화는 어려울 수 있다"며 "우리는 100% EV화를 준비할 것이지만, 전술적 유연성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30년 이후 유럽에서 판매하는 신차는 모두 전기차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에서 한걸음 물러난 것이다.

앞서 칼레니우스 회장은 지난달 24일 한국을 찾은 자리에서도 "2030년까지 100% 전동화로 간다는 것은 무조건 그렇게 간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환경의 준비에 따라 저희는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뜻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우디 역시 2026년까지 신차를 모두 순수 전기차 모델로 전환할 예정이지만, 아직 전기차 라인업은 부족하다. 아우디의 힐데가르트 윌트만 판매 담당 책임자는 IAA 2023서 "내년 전기차 판매량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아직은 큰 도약이 없고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 탓에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각국의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전기차 판매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오고, 보조금 규모도 차츰 줄어들면서 확장세는 다소 주춤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433만5447대로, 전년 동기 대비 40.7% 늘었지만 증가세는 다르다. 지난해 한해 동안 전기차 판매는 774만8748대로, 올해 흐름을 유지하면 지난해보다 10%가량 늘어난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이후 매년 2배 가까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줄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IAA 2023 개회사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들과의 경쟁을 고려해 자동차 제조사들에 "더 싼 전기차를 팔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지만, 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르노그룹의 질 르 보르뉴 엔지니어링 총괄은 "테슬라 및 중국 경쟁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전환 속도조절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전기차의 에너지원인 전력 생산이 아직 친환경 방식이 아닌 화석 연료 발전으로 이뤄지고 있고, 리튬·니켈 등 배터리 소재와 모터에 핵심인 희토류 등이 중국 의존도가 크다.

다만 유럽은 오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차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의 올리버 블루메 CEO는 2035년 유럽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은 각 국가나 제작사가 발표하는 전기차 정책이 실제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을 만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최근에 하이브리드 차량이 부각되는 등 전기차 전환이 조금 더 늦춰질 수 있어 글로벌 기업들도 좀 더 고민하는 시기"라고 봤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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