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오인정] 가을이 오면
- 23-09-11
오인정(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가을이 오면
새벽바람 서늘하니
어느새 입추란다
어린 시절 어느 가을날
할머니 불호령 성화에 뒷산 밤나무 밭을
헤집고 다니던 그때를
아련히 떠 올리며
지난 삶을 돌아본다
바람에 못 이겨 저절로
떨어진 알밤 거저 줍듯
탄탄대로를 걸어 보았고
토실토실 붉게 익은
밤알 품은 밤송이 제쳐
끄집어내듯 어렵잖게
바라던 일 이룬 적도
있었지만
어설프게 벌려진
밤송이 비틀고 뒤집어
깠어도 기껏 벌레 먹은
밤만 있어 실망했듯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마침내 좌절만 하였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도 가을은 지나갔고
겨울이 오면 잊혀졌고
그렇게 한 해가 지나면
또 새로운 기대와 소망으로 여태껏 살아왔고
또 그렇게 남은 여정을
떠나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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