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오인정] 가을이 오면

오인정(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가을이 오면


새벽바람 서늘하니

어느새 입추란다


어린 시절 어느 가을날

할머니 불호령 성화에 뒷산 밤나무 밭을

헤집고 다니던 그때를

아련히 떠 올리며

지난 삶을 돌아본다


바람에 못 이겨 저절로

떨어진 알밤 거저 줍듯

탄탄대로를 걸어 보았고


토실토실 붉게 익은

밤알 품은 밤송이 제쳐 

끄집어내듯 어렵잖게

바라던 일 이룬 적도

있었지만


어설프게 벌려진

밤송이 비틀고 뒤집어

깠어도 기껏 벌레 먹은

밤만 있어 실망했듯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마침내 좌절만 하였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도 가을은 지나갔고

겨울이 오면 잊혀졌고

그렇게 한 해가 지나면

또 새로운 기대와 소망으로 여태껏 살아왔고

또 그렇게 남은 여정을

떠나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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