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또 왔니" 3高 현상…물가도, 금리도 오르고 '킹달러'까지

물가 위협하는 유가에 '반년 만에 최고' 강달러까지

정부, 연말 바라보며 "상저하고"…국민 체감 힘들듯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파도가 우리 경제에 다시 너울거리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그간 잠잠했던 물가 상승률이 확대되고 고금리 환경은 장기화하는 가운데 작년 말 크게 주목 받았던 '킹달러'(달러 초강세) 우려까지 재차 고개를 들었다.

정부는 감소 행진 중인 수출이 오는 10월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면서 우리 경제의 '상저하고(상반기에 낮고 하반기에 높음)' 전망을 유지했지만, 3고 현상이 지속하는 때엔 지표로는 확인되는 개선을 정작 국민은 체감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9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유로·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지난 7일 밤 105대로 오르면서 올해 3월 이후 반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 미국의 경제 지표 호조와 고금리 장기화 전망으로 인해 급 강세를 보인 것이다.

작년 말 악명을 떨친 때에 비하면 아직 약한 수준이지만 달러지수는 8주 연속 상승하고 있어 2014년 10월 당시 12주 연속 올랐던 기록에 근접한 상태다.

그런가 하면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상반기 60달러대에서 안정되는 듯 했으나 이달 배럴당 90달러를 넘기더니 현재는 90달러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러시아와 사우디의 지난 5일 감산 연장 발표가 글로벌 원유 공급 감소 우려를 키워 유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이에 브렌트유는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이 같은 유가 상승은 미국의 고금리 지속 유인이 커졌다는 시장 예상을 강화해 달러지수를 부채질한 측면도 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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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엔 더 오를 수도"…물가 위협하는 유가

원유 값이 오르면 국제금융시장만 아니라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통계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7월 2.3%에서 8월 3.4%로 1.1%포인트(p) 오른 요인을 분해했을 때 유가 영향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데 따른 역(逆) 기저효과가 0.57%p를 설명했으며 최근 에너지(주로 유가)와 농산물 값 상승이 각각 0.35%p, 0.26%p를 설명했다.

이에 한은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수준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직 지난해 9월 유가가 전월비 하락한 역 기저효과가 남아있는 데다 최근 국제유가 오름세가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추석을 필두로 하는 연휴를 앞두고서는 수요가 꿈틀대면서 물가를 자극할 여지도 많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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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속 25년간 32개월뿐인 '1300원대 환율'

기업과 가계를 짓누른 고금리 환경은 여전하다. 당초 상반기만 해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번 연말에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최근 가계부채 우려 등으로 인해 내년 초나 늦게는 내년 중순까지 인하 기대 시점이 지연된 상태다.

즉,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유가 상승에 따라 물가 반등이 관측되고 이것이 강달러를 부추겨 환율을 올리는 총체적인 3고 현상이 그림자를 드리운 셈이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 원화는 달러당 133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1400원대로 치솟았던 지난해 말보다 괜찮은 수준으로 보이나 엄연히 고환율에 해당한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한 199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25년 7개월 동안 월 평균 환율이 1300원을 넘긴 적은 지난달을 포함해 32개월에 불과하다. 그 중 9개월이 최근 1년에 집중됐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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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말엔 수출 증가 전환"…국민 체감은 힘들 듯

정부와 한은은 4분기 수출 증가 전환을 내다보면서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 중이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지난 8일 국제수지 설명회에서 최근 상품수지가 불황형 흑자 양상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7월 수출(통관 기준)은 회복세가 다소 주춤했으나 4분기엔 수출 증감률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라며 "그간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에 경제가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 없어도 둔화했다가 회복하는 양상이지 불황에 빠진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표로는 상저하고가 실현되더라도 정작 국민은 이를 체감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 위에서 9월 물가 상승률이 더 오르고 고환율까지 지속한다면 팍팍한 국민 생계가 나아질 수 있을 리는 만무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하반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인해 올해 하반기 경제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높아지는 '지표 상 상저하고'는 가능하나 시장에서 가계와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는 다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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