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400 클럽에 가입하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33년 4개월을 월급 받으면 400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월급을 400개월 동안 무사히 받은 것을 축하하는 의미의 상징적 가입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나이로 29세 1월에 직장에 들어갔다. 군복무, 대학원, 고시 공부 등을 하다 보니 좀 늦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월급을 받다 보니 어느덧 400개월이나 되었다. 앞으로 8년을 일할 수 있으면 500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장수시대에 400클럽 가입은 그렇게 자랑할만한 일은 아닌 듯하다. 시야를 우리나라에서 벗어나 글로벌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군복무, 대학진학 등으로 회사에 처음 들어가는 연령이 높다. 서구 국가들은 군복무가 없고 대학 진학률도 30%대 수준이어서 입직(入職) 연령이 우리보다 5년은 빠르다.

반면에 우리의 법정 정년은 60세로 일본의 70세에 비해서 빠르고 서구 국가들의 평균적인 퇴직 연령인 65세에 비해서도 빠르다. 법정 정년도 잘 지켜지지 않아 보통 53세에 주된 직장을 그만 두게 된다. 늦게 들어 가고 빨리 나오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서구 국가들은 40년 이상을 직장에 있어 500클럽에 가입하는 데, 우리는 33년만 넘어도 축하한다고 400클럽 운운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와 여타 선진국은 은퇴 준비에서 최소 100개월 월급 차가 난다. 가구를 기준으로 월 1000만원이라 하면 100개월이면 10억이며 500만원이라 해도 5억원이다. 은퇴자산이 5~10억원 차이 나게 되는 셈이다.

심지어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사람들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평균 19년으로 228개월에 불과하다고 하니 우리는 서구에 비해 은퇴자산이 크게 적을 수밖에 없다. 독일에는 벤츠와 BMW를 타는 사람들이 연금 생활자이고 근로자들이 은퇴하는 날을 기다리는 게 그만큼 오래 노동시장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족한 노동 일수를 60대 이후의 재취업 시장에서 일하면서 보완한다. 그런데 이 노동시장은 근로조건이 열악하다. 주된 직장에 있을 때보다 연봉이 절반 떨어지고 5년 정도 지나면 또 절반 떨어진다. 이러한 재취업 시장에서 73세까지 일을 한다. 부족한 노동시간을 2부 리그 시장에서 채우는 셈이다.

필자가 ‘60대 10년 동안 적절하게 일을 병행하면서 극대화된 자산을 줄이지 말고 효과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 강하게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생 일을 했는데 또 일을 하란 말인가? 죽을 때까지 일만 하란 말인가?’라고 항의한다. 이 말은 맞지 않다.

우선 우리는 평생 동안 일을 한 것이 아니다. 서구 국가에 비해 근로 기간이 짧다.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취업을 하는 서구 젊은이들은 20대 초반에 직장에 들어 가서 60대 중반까지 일을 한다. 우리는 공부하고, 군에 가고, 취업 준비하는 것이 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 월급 받는 일을 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느낌은 오래 동안 일을 한 것 같지만 실제 일을 한 기간은 짧다.

둘째, 죽을 때까지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수명이 짧을 때는 70세까지 일을 하면 죽을 때까지 일을 한 것이지만 수명이 길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요즘 미국에서는 일을 하는 80대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옥토 제네리언(Octo-Generian)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수명이 길어지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75세에 죽을 때 70세까지 일을 하면 죽을 때까지 일을 한 것이지만 100세까지 살 때는 80세까지 일을 해도 죽을 때까지 일을 한 게 아니다. 장수시대는 70세까지 일을 해도 오래 한 것은 아니다. 일본이 이미 정년이 70세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60세 정년이라는 틀에 얽매이면 안 된다. 이 틀 때문에 60세 넘어 일하면 괜히 오래 일을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심지어 눈치도 보인다. 기준을 국내에 두지 말고 서구 국가들의 정년 연령과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기간에 두어야 한다. 대학 공부를 감안하면 서구 국가들보다 은퇴 연령이 5년 늦어져야 생애 노동시간이 비슷해진다.

그리고 평균수명 증가를 감안하면 노동시간을 좀 더 연장해도 된다. 연금제도가 아무리 잘 갖추어져도 노동시장이 받쳐 주지 못하면, 다시 말하면 생애 충분한 노동시간과 차별적이지 않은 임금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은퇴 준비가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 제도가 잘 갖추어져도 20년 가입한 사람과 30년 가입한 사람은 연금액 차이가 클 수 밖이다.

은퇴준비를 잘 하려면 400클럽이 아닌 500클럽에 가입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현실은 400클럽 가입을 축하할 정도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당연히 은퇴준비는 미흡하게 된다. 제도가 이렇게 되어 있다고 해서 개인도 여기에 매몰되면 안 된다. 은퇴준비를 위해서는 글로벌 기준의 노동 일수, 100세 시대의 수명 기준으로 봐야 한다. 필자는 이제 400클럽에 가입했지만 이제는 500클럽을 목표로 해서 발을 내딛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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