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12월까지 석유 감산 연장…미국과의 관계 더 꼬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5일 자발적 원유 공급 감축을 연말까지 연장하면서 가뜩이나 얽힌 미국과의 관계가 더 꼬이게 됐다. 겨울인 12월까지 감산이 연장되면서 유가는 급등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경기 침체 우려를 겨우 잠재우고 개선되기 시작한 미국 경제나 재선을 위해 달리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앞서 시장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자발적 감산을 10월까지 1개월 연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을 깨고 단번에 3개월 연장됐다.

미국 ABC뉴스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중국의 수요 감소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글로벌 긴축 통화 정책으로 인해 유가는 크게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국제 여행이 거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석유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그간 사우디의 경제를 정비하고 젊은 인구를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계획인 비전 2030 자금을 대기 위해 유가를 끌어올리려고 애썼다. 이 계획에는 네옴(Neom)이라고 불리는 5000억 달러 규모의 미래 도시 건설을 포함한 몇 가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가 포함되어 있다.

감산으로 유가를 올려야 하는 사우디와 경기 침체를 오게 할 수 없는 미국은 경제적인 이유뿐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에서도 서로 삐걱거렸다. 2018년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사우디를 겨냥해 "왕따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 말에 따라 취임 이후에는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중동 정책 기조를 뒤집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이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하자, 지난해 여름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안정'을 위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협력을 얻으러 사우디 방문에 나섰다. 하지만 빈 살만 왕세자와의 증산을 위한 협상이 실패한 후 사이가 다시 틀어졌다.

최근 몇달 동안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을 위해 사우디와 거래를 모색하면서 긴장이 약간 완화되었다. 하지만 이 관계도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외교 정상화를 하는 대신 자국이 민간 핵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미국이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사우디는 또한 미국에 자국에 대한 안전 보장을 제공할 것도 원했다.

그런데 미국은 사우디가 자국의 우라늄을 농축하지 않거나 사우디 왕국 내의 우라늄 매장물을 채굴하지 않기로 합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미 이란이 핵폭탄을 보유할 경우 사우디도 핵폭탄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사우디 민간 핵 프로그램을 돕는 게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감산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욱 길어지게 하는데도 한몫 할 것으로 보았다. 오른 유가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쟁 자금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을 줄이기 위해 가격 상한제를 적용했는데, 이 제재조치로 인해 러시아는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나라들에 석유를 할인 판매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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