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정체' 전기차, 할인 경쟁 불붙었다…충전소 확대 차질?
- 23-09-05
테슬라 국내 판매량 2년 연속 '반토막'…가격 할인에도 소비자 외면
전기차 수익성 악화시 충전 인프라 투자 위축 우려도
글로벌 전동화 추세에 힘입어 급성장을 이어오던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판매 부진이 지속될 경우, 충전소 확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업계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전기차 판매량 둔화가 뚜렷하다. 올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7% 늘었지만, 지난해 증가율(75.6%)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장세다.
특히 전기차 선두 주자격인 테슬라는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월 테슬라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3846대로, 전년 동기(6750대) 대비 43% 급감했다. 2년 전(1만1649대)보다는 67% 감소했다. 2년 연속 '반토막' 행진이다.
테슬라는 올해 들어 공격적인 신차 출시와 서비스 강화, 가격 인하 등 판매량 반등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전기차 수요 감소 등 요인으로 좀처럼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자동차(005380)의 8월 국내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코나를 제외한 모든 EV모델의 판매량이 감소했다. 제네시스 GV60과 GV70 EV의 8월 판매량은 전월 대비 각각 44.1%, 54.4% 감소한 127대와 94대에 머물렀다. 또 아이오닉5는 1061대 판매에 그치며 21.4% 감소했고 가장 최근 출시된 아이오닉6는 400대 판매되며 전월보다 18% 역성장했다.
전기차에 관심이 있던 '얼리 어답터'형 고객들은 이미 구매를 마쳤고 남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높은 전기차 가격에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폴스타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수입차 업체들도 '반값 전기차' 경쟁에 뛰어들었다.
폴스타는 다음 달 말 부분변경 폴스타2 출시를 앞두고 기존 폴스타2 가격을 최대 1188만원 낮추는 파격 할인에 나섰고, 출고가 1억5410만원인 벤츠 최고급 전기차 EQS 450는 가격을 1541만원(10%) 내렸다. BMW iX3 M 스포츠는 출고가를 1670만원 낮췄다. 아우디 이-트론 스포츠백 55 콰트로 역시 가격을 2216만원 내렸다.
전기차 몸값 낮추기 경쟁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현재 완성차 업체들은 적자를 보며 전기차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는데, 수익성이 계속 악화될 경우 충전 인프라 확충 계획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경우 전기차 구입을 희망하지만 충전소 부족을 이유로 구매를 꺼리고, 판매 부진으로 충전소가 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기차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급속 충전기는 올해 상반기 기준 2만1000대로,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는 전국 평균 18.9대다.
충전 인프라 부족은 전기차가 국내에 출시된 이후 계속해서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전동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며 "업체들이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충전소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판매 부진이 충전 인프라 확충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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