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빌딩 화재 사망자 70명 넘어…무분별 증축에 피해 커져
- 23-08-31
73명 사망·52명 부상…건물에 200여명 거주 추정
갱단이 불법 임대…무허가 가벽에 미로 같은 구조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에서 발생한 고층 건물 화재 사망자가 73명으로 늘어났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로버트 물라우지 남아공 응급관리서비스 대변인은 이날 요하네스버그 시내 5층 건물 화재로 현재까지 73명이 사망하고 5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물라우지 대변인은 사망자 중에는 최소 7명의 2세 미만 영유아도 있었으며 일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신이 훼손돼 신원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한 시 관계자는 AFP에 건물 내부에서 사용된 양초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요하네스버그에는 만성적인 전력 부족으로 여전히 촛불을 사용하거나 장작불을 피워 난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당국은 지역 갱단이 버려진 건물을 불법 점유한 뒤 저소득층에게 임대하는 행태가 만연한 만큼 해당 건물에도 약 200명의 노숙인과 저소득층이 거주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건물에 더 많은 임차인을 받으려고 가벽을 무분별하게 설치해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몰라우지 대변인은 "건물 안에 무허가 구조물이 널려 있어 제거해야 할 잔해가 많다"며 "가연성 물질이 사용돼 화재가 매우 빠르게 확산됐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은 내부에 "80개 이상의 쪽방"이 설치됐다고 추정했다.
또 이런 미로 같은 구조에 주민 일부는 탈출구를 찾지 못해 질식하거나 건물에서 뛰어내리다 사망하는 경우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불길에 휩쓸렸다는 케니 부페는 AFP에 "많은 주민들이 비상구를 찾으려고 뛰어다녔지만 결국 대부분 사망했다"며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에 있던 탄도 만지니는 로이터에 사람들이 불길을 피해 창문 밖으로 탈출하는 광경을 목격했다며 "한 남자는 4층에서도 뛰어내렸다"고 전했다.
불을 진압한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시신 수습을 이어가는 가운데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가 향후 유사한 비극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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