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키스' 논란으로 스페인 '마초 문화' 비판의 도마에

전문가들 "구식 남성 쇼비니스트" 비판, 女존엄성 강조

마초 문화 반발 보여주며 스페인 문화 변화 이끌지 '주목'


2023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 사상 첫 우승컵을 거머쥔 '무적 함대' 스페인이 시상식에서의 '강제 키스' 스캔들로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스페인에 뿌리 깊게 박혀있던 남성 우월식 '마초 문화'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최근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이 시상식에서 불거진 루이스 루비알레스(46) 스페인축구협회(RFEF) 회장의 강제 입맞춤 논란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스페인 사회에서 만연했던 남성 우월적 문화에 대한 반감이 이번 사태로 폭발했고, 향후 스페인의 문화를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계기가 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앞서 루비알레스 감독은 지난 20일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후 시상식에서 대표팀의 헤니페르 에르모소 선수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췄다.

이 장면은 TV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 됐고, 논란이 일자 루비알레스 회장은 에르모소의 동의를 받은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에르모소가 이를 반박하며 그가 "처벌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규탄해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피파는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90일 직무 정지’를 내리며 추가 조사에 착수했고, 스페인 검찰도 성범죄에 해당하는지 예비 조사에 돌입했다.

이후에도 루비알레스 회장은 에르모소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사퇴 대신 법적 조치로 맞섰고, 논란은 더욱 번져 스페인에선 여성 권리를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여성 인권 전문 스페인 사회학자 이네스 알베르디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사퇴를 거부한 데 대해 “믿을 수 없다”며 그는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심각한 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여성개발기금의 전 전무이사인 알베르디 역시 루비알레스 회장을 ‘구식 남성 쇼비니스트(국수주의자)’라고 묘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태로 스페인에서 촉발한 대규모 여성 시위는 "마초주의 문화와 최근의 진보주의 사이의 세대적 단층선을 구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시대적 남성 우월식 문화에 대한 여성들의 반발이 향후 미래 세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스페인 여성연구소의 전 소장 마리나 수비라츠 역시 루비알레스 감독을 "전형적인 남성 쇼비니스트"라고 비판했다.

 

◇ 전문가들 "패러다임 변화 이끌어냈다" 여성 존엄성 강조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의 사회학자 아이나 로페즈는 이번 루비알레스 감독의 강제 입맞춤 사태에 대해 ”불행히도 절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건“이었다면서 스페인에서 이어지는 반발 사태는 ‘구시대’의 이전과 이후를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루비알레스의 키스에 대한 반발은 사회가 여성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더 작은 주제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남성이 여성에게 이처럼 키스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스스로 묻게 한다고 했다. 

정부의 성 담당 공무원 빅토리아 로셀은 문화보다 법을 바꾸는 것이 더 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문화를 바꿀 수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미켈 이케타 스페인 스포츠 장관 역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설명과 사과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들이 직면한 어떠한 장애물도 없앨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2023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의 <br />루이스 루비알레스(46) 스페인축구협회(RFEF) 회장이 대표팀의 헤니페르 에르모소 선수에 강제 입맞춤을 해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스페인 전역에선 남성 우월식 문화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지난 20일(현지시간) 2023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의 
루이스 루비알레스(46) 스페인축구협회(RFEF) 회장이 대표팀의 헤니페르 에르모소 선수에 강제 입맞춤을 해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스페인 전역에선 남성 우월식 문화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 제도는 보완됐지만…문화 변화할지 '주목'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스페인은 성평등의 제도화가 더딘 국가로 평가됐다.

2007년 ‘실질적 남녀 평등을 위한 국왕령’을 공포, 2018년에는 가정폭력범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도 제정하는 등의 제도적인 발전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로 인해 법보다도 남성 우월적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번 강제 입맞춤 사태가 남성 중심의 권위적·폭력적 문화를 상징하는 마초 문화에 대한 갈등이 폭발하게 된 기폭제가 되면서, 향후 스페인의 문화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강제 입맞춤 사태 이후 월드컵 우승 주역인 대표팀 선수 23명을 비롯해 81명의 선수가 루비알레스가 회장직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스페인 여자 대표팀에서 경기하지 않겠다고 서명했다.

여자 대표팀 코치진과 다른 연령별 대표팀 코치 6명도 동반 사퇴한 상황이다.

미국 CNN도 이번 사태를 두고 “최근 몇 년간 평등권이 크게 향상됐음에도 원치 않는 키스로 인해 전 세계의 분노를 일으키는 스페인의 고질적인 마초 문화가 다시 주목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주요 외신들 역시 ‘원치 않는 키스’ ‘키스 게이트’로 이번 사태를 지칭하며 집중 조명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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