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34세대 실버타운 덮친 화마…"마을 비상 경보 안 울려"

<불에 타기 전 하와이 라하이나 소재의 노인 주거 시설 '할레 마하올루 에오노' 전경. 총 34세대가 거주 중이었으나 산불 피해를 입으며 생존자 수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다.  (출처 : 운영사 누리집)>

 

생존자 집계조차 내지 못해…생존자 4명 추정

형식적 화재 알림 문자…대피 필요성 전달 안돼


하와이 마우이 섬을 집어 삼킨 산불이 노인 주거 시설을 덮쳤다. 정확한 생존자 수조차 파악되지 않았으며 불충분했던 사전 대피 경보 등 구조적 허술함이 드러났다.

가까스로 화마를 피한 72세 스탠퍼드 힐은 16일(현지시간)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웃 중 "누가 살아남았는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힐은 라하이나 소재 총 34세대가 거주하던 '할레 마하올루 에오노'에서 이웃 중 세 명이 탈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거주 시설 운영사에 문의했지만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했다. 주민들의 친척은 회사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발을 굴러야 했다.

클리퍼드 아비하니는 할레 마하올루 에오노에 거주하던 98세의 할머니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날아왔다.

아비하니는 실종자 텐트와 대피소를 뒤지고 적십자를 찾는 등 백방으로 할머니의 행방을 쫓았다. 전단까지 만들어 붙였다.

"캘리포니아에서도 여기에서도 무력감을 느꼈다"는 그는 NBC에 "할머니가 안전하다는 것만 확인되면 바랄 게 없다"며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희망의 끈을 붙잡았다.

 

일각에서는 정부 및 소방 당국의 허술한 경보 체계가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힐은 산불이 시작된 8일 오전만 해도 마을 동쪽의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들을 보며 집에 머물렀다고 했다. 화재 경보를 받긴 했지만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건물 세입자가 주민들에게 대피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곧 불길이 잡혔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소방관들도 떠났다고 했다. 주민들이 대피하지 않고 집에 남은 이유다. 힐은 치과 방문으로 외출 중이었기 때문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문제는 마을 외부에서 불이 바람을 타고 다시 라하이나로 들이치면서부터였다. 귀가하던 힐은 검은 연기가 라하이나를 향해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고 설명했다.

집 근처 도로에서 도보로 피난하던 여성은 힐에게 마을이 불타고 있다고 말했다. 힐은 그 여성을 차에 태워 구조했다.

 

힐은 완전히 화재가 진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철수한 당국과 더 심각한 경보를 발령하지 않은 당국에 대해 분노했다.

그는 마우이섬에 대화재가 발생한 2019년처럼 "지금 당장 대피하라"고 뛰어다녔던 경찰도 없었다고 했다.

지역 관계자들 역시 마을의 비상경보가 전혀 울리지 않았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힐은 NBC에 살아남아 죄책감을 느낀다며 "아직 완전히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지금 당장은 생존이다. 우리(지역 사회와) 역사가 천천히 타들어가는 느낌이다"고 울음을 참으며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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