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무기로 불냈다"…피해자들 두 번 울리는 하와이 산불 음모론
- 23-08-17
<14일(현지시간) 하와이 산불과 관련해 SNS에서 "비밀 레이저 무기로 발생했다"는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사진은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2018년 5월 팰컨9 발사 당시 장면인 것으로 드러났다. 2023.08.14/ (X 갈무리)>
"부자들이 땅 차지하려 불 내"…SNS에 음모론 확산
현재까지 110명 사망…'인재' 정황 속속 드러나
"하와이 산불은 비밀 레이저 무기로 발생했다."
"부자들이 땅을 차지하려고 불을 냈다."
1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하와이 산불이 음모론자들의 표적이 됐다. 아직 전체 사망자 수와 산불의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허무맹랑한 음모론이 확산하면서 피해자들을 더욱 슬프게 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미국 N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과 관련한 음모론이 온라인에 퍼지고 있다.
이들 주장은 모두 다르지만 대체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불을 일으켰다"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고 외신들은 짚었다.
이중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비밀 레이저 무기' 음모론이다.
틱톡과 X(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최근 거대한 광선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사진과 함께 "레이저 광선이 마우이섬을 강타해 불이 났다"는 주장이 담긴 게시물이 공유됐다.
하지만 이 사진은 2018년 5월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 발사 장면을 합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올해 초 칠레에서 있었던 변압기 폭발로 인한 화재 영상을 이용해 마우이 산불이 광선 무기로 촉발됐다는 주장을 펼치는 게시물도 있었다.
산불 당시 집과 차량 등이 모두 불탔는데 나무가 아직 서 있는 장면을 근거로 화제의 진짜 원인이 숨겨져 있다는 음모론도 나왔다.
한 X유저는 해당 영상을 올리며 "나무를 제외한 모든 것이 불에 탔지만 이를 지적하면 음모론자라고 비난받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국 에든버러대학교의 화재 조사 전문가 로리 해든 박사는 BBC에 "큰 나무는 불에 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수분도 많이 머금고 있어 불이 잘 안 붙는다"며 심한 산불에도 그대로 서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온라인에는 지난 1월 마우이에서 열린 한 과학 행사에서 마우이를 '스마트시티'로 바꾸자는 계획이 논의됐다며 이를 위해 당국이 산불을 일으켰다는 황당한 소문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외에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 부유층과 다주택자들이 원주민들을 쫓아내고 땅을 차지하려고 일부러 불을 질렀다 주장도 제기됐다.
한편 음모론과 별개로 이번 마우이 산불이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7~8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해 이번 산불이 허리케인 '도라'의 영향으로 불어닥친 강풍에 끊어진 송전선 스파크로 일어났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주민들은 현지 전력회사 하와이안 일렉트릭 인더스트리가 강풍에 전선이 끊겨 날리는 상황에서도 전력을 차단하는 등의 예방조치를 하지 않아 책임이 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산불이 확산하는 데도 대피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며 당국의 부실대응에도 분노하고 있다.
한편 지난 8일 시작된 마우이섬 산불로 인한 사망자 수는 현재까지 110명으로 집계됐다. 수색이 아직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망자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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