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수습도 안됐는데'…잿더미 된 마우이섬에 도둑·투기꾼 극성

무장 강도 사업장 급습…차 구멍 뚫고 휘발유도 빼가

"집이나 땅 사겠다" 땅 투기꾼들에게 전화 걸려와


100여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산불로 잿더미가 된 하와이 마우이섬에 약탈자들과 땅 투기꾼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NBC방송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는 치안이 허술해지자 총을 들고 위협하는 강도가 사업장을 급습하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20년간 마우이에 거주한 브라이언 사이즈모어(48)는 NBC 인터뷰에서 "차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약탈자들이 가스탱크에 구멍을 내고 휘발유를 빼 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BC방송 계열인 지역 채널 KITV4는 마우이섬 서부 주민들이 음식과 의류 보급품을 여기저기서 도둑맞고 있다고 전했다.

 

오리건주의 한 주민은 가족들이 물과 음식, 생활용품과 의복을 기부하기 위해 마우이로 향했지만 도착 직후 총 든 강도들에게 물건을 빼앗겼다고 하소연했다.

구호 물자를 받으려고 라하이나에 갔다가 허탕을 치는 사례도 보고됐다.

한 주민은 "식료품을 받겠답시고 라하이나에 가지 말라"며 "그곳에는 물자가 없고, 가게고 뭐고 전부 다 텅 비어 있으며 밖에도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약탈자들이 더 많은 구호 물자를 갈취하려고 섬을 가로지르고 있다"며 "적십자사에 가도 구호품이 충분치 못하고 마실 물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산불 피해 지역의 생존자들에게는 땅 투기꾼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투기꾼들은 섬에 남아 있는 집이나 땅을 사겠다면서 주민들을 꼬드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하이나는 한때 하와이 왕조의 수도였던 만큼 문화 유산이 풍부한 관광지였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화재 이전에도 개발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라하이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외부의 대규모 개발 세력이 화재를 틈타 잿더미가 된 땅을 싼값에 사들이고, 지역을 와이키키 해변 같은 상업 지구로 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와이의 관광 중심지인 와이키키는 대기업의 고가 브랜드가 지배하고 있다.

앤지 리온이라는 주민은 NYT 인터뷰에서 "라하이나 사람들은 지역의 역사를 되살리는 방식으로 복원이 이뤄지길 바랄 것"이라며 "지역 사회는 라하이나가 와이키키처럼 되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우이 주민인 티아레 로렌스는 NBC 인터뷰에서 하와이 땅 투기 움직임이 "역겨운 일"이라며 "라하이나는 사고 파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여성 주민은 틱톡에서 "부동산 업자들과 투자자들이 내 가족들한테 전화를 걸어 땅을 사겠다고 제안했다"며 "감히 이 시국에 그딴 짓을 하고 다니냐. 정말 부끄럽지도 않냐"고 일갈했다.

하와이 당국은 파렴치한 투기꾼들이 마우이의 화재 참사를 이용해 부동산을 사들이려 한다며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부동산 업자들이 피해 지역의 주택이나 토지를 팔지 않겠냐며 주민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며 "이들이 잘못된 의도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린 주지사는 "손상되거나 파괴된 부동산의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법무장관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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