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교육부 "대입 자소서에 인종 기입 가능"…대법 위헌 결정에 우회로 마련

교육부·법무부 대입 가이드라인 발표…"역경극복 사례로 인종차별 적어도 돼"

대법 '적극적 우대조치' 위헌 결정에…바이든 "정상적 법원 아니다" 강력 반발


미국 교육부와 법무부가 대입 자기소개서에 지원자가 자신의 인종적 배경을 기입하고 각 대학이 이를 심사하는 것은 합법이라는 유권 해석을 내놓았다.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에 가산점을 주는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어퍼머티브 액션)에 위헌 결정을 내리자 캠퍼스 내 인종적 다양성을 지지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입맛에 맞춰 이를 우회하는 방안을 각 대학에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교육부는 14일(현지시간) 법무부와 공동으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대입 가이드라인을 개별 대학에 발송했다.

서한과 질의응답 형식의 가이드라인에서 교육부는 대법원의 적극적 우대조치 위헌 판결에 대해 "모든 모집 단위에 지원하고 경쟁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보장된다는 전제 하에 대학이 홍보 및 모집 과정에서 지원자들을 식별할 때 인종을 애써 무시할 필요는 없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지원자들의 인종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해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지원자가 자신의 자기소개서에서 인종이 지원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작성하고 대학이 이를 평가하는 건 가능하다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다. 역경 극복 사례로 인종 차별을 언급해도 문제되지 않는다.

예컨대 지원자가 도시 내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최초의 흑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됐다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자기소개서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시골 학교에서 유일한 남아시아 혈통의 학생이었다면 어떻게 인종적 편견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기술할 수 있다.

아울러 대학은 소외계층의 등록을 늘리기 위해 학생의 경제적 지위, 부모의 교육 수준, 학군과 인종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동문 우대 및 기여 입학 제도와 관련해서는 "그러한 혜택을 받지 못한 다른 지원자의 기회를 박탈한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미겔 카르도나 교육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의 위헌 결에도 불구하고 캠퍼스 내 다양성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카르도나 장관은 "우리는 과거 일부 주에서 적극적 우대조치를 전면 금지했을 때 대학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잘 알고 있다. 유색인종 학생의 지원이 감소했고 입학한 유색인종 학생수도 줄어들었다"며 "우린 전국적인 규모에서 이러한 종류의 후퇴를 감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교육부 가이드라인에는 특정 인종에 모집 단위를 할당하거나 장학금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다. 또한 유권해석인 만큼 법적 구속력이 없어 각 대학이 가이드라인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6월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하 SFA)이 적극적 우대조치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에서 각각 6 대 3과 6 대 2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소수인종 우대정책은 1960년대 시작됐는데, 21세기 들어 이 '우대' 대상에 들지 못하는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학생은 인종이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우받아야 한다"며 결정 취지를 밝혔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정상적인 법원이 아니다"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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