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김성교] 황태

김성교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황태

 

태평양 바다 보다 더 큰 꿈을 가진 네가

공부 잘하고 효자로 동네 자랑이었던 네가

무엇보다 그늘진 곳에서 따뜻한 밥이 되어주던 네가

강원도 진부령

바람도 오르다 얼어버린 날 선 겨울 산에 

차디찬 몸으로 널려 있느냐

똑똑했던 눈은 마치 죽은 듯 허공에 생각 없이 떠 있고

태평양 어디쯤에서 공안 그물에 걸렸을 테지

도대체 어디로 끌려가

오장육부를 다 발린 채로

나무토막처럼 널려 있느냐

강원도 진부령

무장한 군인 같은 추위에 잠시 겁나기는 했어도

긴 울음들이 얼었다 녹았다 하는

모진 고문을 견디면서

더욱더 단단해지고 있다

별 밭에 빛나는 별들을 보면서

더러운 손 당당하게 내치고 있다


칼날처럼 섬뜩한 겨울 위에 버티며 서 있는 것은

봄이 반드시 오는 것을 믿어서이다

황금빛 봄을 걷을 것을 믿어서이다


눈부신 그 이름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