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카드가 뭐길래…1장 가격이 일본 수도권 집보다 비싸
- 23-08-09
한 장에 9억 호가…게임·소장 목적을 넘어 재화로 자리매김
시세 차익·탈세 등 범죄로 번지기도…정작 팬들은 못 사
20년도 전에 버블 경제가 붕괴한 일본에서 꺼지지 않는 버블이 하나 있다. 바로 '포켓몬 카드' 버블이다. 한 장에 1억 엔(약 9억 원) 이상을 호가하는 카드도 나올 정도다.
요미우리신문은 9일 1996년 놀이용으로 처음 등장한 포켓몬 카드가 억대에 팔리는 가격 거품 현상을 집중 분석해 보도했다.
포켓몬 카드는 애초에 애니메이션 '포켓 몬스터'에 등장하는 다양한 몬스터들을 활용해 카드 게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몬스터 별로 갖고 있는 능력 및 특징을 대조해 승부를 가린다.
하지만 아이들의 전유물 아니다. 포켓 몬스터를 보고 자란 세대가 성장하며 수집가의 연령대가 넓어졌고 이제는 단순히 게임이나 소장 목적을 넘어 하나의 재화로 자리매김했다.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희소성. 일반적인 포켓몬 카드는 임의로 포장된 5장에 180엔(약 1655원)으로 저렴하지만 매매 점포 관계자에 따르면 "거기서 6만~7만 엔(약 55만~64만 원)짜리 카드"가 나오기도 한다.
팬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한다는 카드의 가격은 1장에 무려 1억엔에 이른다. 이 카드는 1990년대 잡지 일러스트 대회 수상자를 위해 단 39장만 특수 제작됐다.
해당 카드는 과거에도 100만 엔(약 921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지만 한 미국인 유튜버가 지난 2021년 최상품 격인 카드를 53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53억4000만 원)에 구입했다고 밝혀 단번에 가격이 뛰었다.
한 점포는 요미우리에 시세 상승과 카드 상태를 고려해 지난 2022년 12월 해당 카드를 1장에 2억 엔(약 18억4000만 원)을 받고 팔았다고 전했다.
NHK에 따르면 지난 3월 일본 수도권 기준 신축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억4000만 엔(약 12억9000만 원)으로, 카드 한 장이 웬만한 집 한 채 가격보다도 비싼 셈이다.
수집가는 "지금 사지 않으면 나중에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에, 판매자는 "산 가격보다는 높게" 팔려는 심리에 카드 가격은 계속 뛰고 있다.
옛날 우표 매입을 주관하는 바이셀 테크놀로지스 관계자에 따르면 "스마트폰 앱을 통해 매매 절차가 간편한 점도 카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격 거품 때문에 정말 포켓 몬스터를 사랑하는 사람은 원하는 카드를 손에 넣을 수 없는 실정이다.
도쿄 도내의 한 판매점을 방문한 15세 남학생은 요미우리에 "(리셀 목적으로) 카드를 박스째 사재기하는 어른들 때문에 (카드를) 전혀 살 수 없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살 수 없다는 게 슬프다"고 시무룩하게 말했다.
실제로 동영상 플랫폼에 일본어로 '포켓몬 카드'를 검색하면 10만 엔(약 92만 원) 어치 카드를 사들여 언박싱(개봉)하는 영상이 줄줄이 뜬다.
인기 동영상 플랫폼에 일본어로 '포켓몬 카드'를 검색한 결과. 사재기 한 카드 박스를 언박싱 하는 영상이 줄줄이 이어진다. (출처 : 유튜브) 2023.08.09/ |
일각에서는 포켓몬 카드 버블로 인한 범죄도 발생한다. 전국적으로 카드를 훔치는 절도 사건이 일어나고 있으며 리셀 과정에서 차익을 남겨 세무조사에서 적발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2020년에 창업한 트레이딩 카드 판매회사는 2년간 리셀 수익 일부를 빼돌리는 식으로 소득을 축소했다가 일본 국세청에 약 600만 엔(약 6037만 원)을 추징당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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