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심갑섭] 조수미 시애틀 공연을 보고
- 23-08-06
심갑섭 시인(서북미문인협회 전 회장)
조수미 시애틀 공연을 보고
2023년 7월 5일,오전 10시는 D-day다.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조수미 콘서트 티켓 예매가 시작하는 시간이다. 티켓 마스터에서 예매가 시작되었고, 2,000여석에 달하는 베나로야 홀이 약 한 시간만에 매진되고 말았다.
드디어 8월3일,목요일 저녁 7시에 대망의 조수미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먼저, 공연을 관람하면서 느낀 실망감을 적어 본다.
첫째,공연장의 좌석은 적지않게 비어 있었다.그 주된 이유는 주시애틀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주최하는 티켓값이 무료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내 주위에는 조수미 콘서트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티켓을 구하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는 지인이 많이 있었다.만일에 조수미라는 위대한 소프라노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 비싼 돈을 내고 티켓을 구한 사람이라면 티켓을 예매하고서 공연장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공짜로 예매한 티켓이었기에 공연장에 나타나지 않아도 손해 볼 게 없었던 것이다.
둘째,공연을 관람하러 오는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 매너는 공연이 시작 전에 자리에 앉는 것이다.베나로야 홀은 바닥과 벽이 단풍나무로 장식되어 있다.이 나무가 바이올린을 제작할 때 쓰는 고품질의 재료이다.조수미 성악가가 그렇게 큰 홀 공간에서 마이크도 없이 노래를 불러도 그 소리가 먼 곳에서도 선명하게 잘 들리는 이유이다.
공연이 이미 시작된 후에 들어오는 관객들은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움직였겠지만 구두 소리는 매우 잘 들린다.공연을 관람하는데 지장을 줄 만큼 거슬리는 소음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연 전에 좌석에 도착하든가,늦게 올 경우에는 바닥이 고무소재인 신을 신고 오는 게 좋다.
셋째,공연중에 발생하는 기침이나 재채기다.이는 생리현상이기에 어쩔 수 없다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는 미리 예방할 수 있다.지난 7월31일에 시애틀에서 Alicia Keys의 공연이 있었다. 바깥 날씨는 80도의 기온을 맴돌았다.
많은 사람들이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실내 공연장에 들어섰다. 두 시간동안 진행된 쇼를 관람하는 동안 사람들은 냉방 장치때문에 추위를 참고 견뎌야만 했다.이런 상황은 미리 준비하면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베나로야 홀에 들어서자 처음에는 별로 춥지 않았다.공연 순서가 중간쯤 접어들자 에어컨이 작동하기 시작했다.이곳 저곳에서 간헐적으로 기침과 재채기 소리가 들렸다.이런 상황이 닥칠 것을 대비해서 여벌의 옷이나 손수건을 준비하는 게 좋다.기침이나 재채기가 나올 때, 손수건으로 입을 막으면 소음을 줄이는데 큰 효과가 있다.조금만 신경을 쓰면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더불어서 좋은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좋은 공연 매너는 성숙한 공연 문화를 만들어 간다.
콘서트 순서에는 18개의 곡이 준비되었다.그 중 두 곡은 김윤희의 바이올린 연주였다.베나로야 홀은 최상의 공명을 이끌어내는 공연장다웠다.실황 공연이 아니고서는 느낄 수 없는 맑고 세밀한 선율을 감상할 수 있었다.피아노 반주를 담당한 안드레이 비니첸코도 두 곡을 연주했다.러시아의 피아니스트답게 그의 연주에서는 서정적인 건반의 흐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조수미 소프라노는 3 곡의 가곡을 포함해서 14곡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독보적인 수준의 소프라노답게 전성기의 기량을 뽐내는 실력이었다.데뷔 37년차라는 연륜이 무색할 정도로 관객을 감동시키기 무대였다.
공연의 순서가 다 끝나자,관객들은 환호의 박수로 앵콜곡을 부탁했다. 조수미 성악가는 익살스런 몸짓으로 반주자를 피아노 옆에 서 있게 하고,자신이 피아노 건반을 마주했다. 피아노를 치면서 아리랑을 부르며 앵콜에 응답했다.관객의 박수속에서 반주자와 바이올리니스트 그리고 조수미 성악가가 함께 인사를 하며 작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의 좌석은 Second Tier CTR C row 1&2 이다.이 좌석은 무대에서 바라보면 정면에 해당하지만 무대로부터는 2층에 있는 아주 먼 곳에 위치한 자리이다.이때 아내와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셀폰의 후래쉬 기능을 켜고 크게 원을 돌리며 감사의 표시로 팬 서비스를 보내고 있었다.김윤희 바이올리니스트와 안드레이 비니첸코 피아니스트 그리고 조수미 성악가가 작별하기 위해서 인사를 마치고 고개를 들던 순간이었다.저 멀리서 피아니스트의 눈에 나의 싸인이 보였다.피아니스트는 조수미 성악가에게 손짓으로 내가 있는 쪽을 가리켰다. 나의 후래쉬 싸인을 본 조수미 성악가는 다시 피아노 앞에 섰다. 그리고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아베마리아를 불러 주었다.나는 셀폰의 후레쉬 조명으로 계속해서 원을 그리고 있었고,조수미 성악가는 손으로 원을 그리는 인사로 화답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어느 방송에서 사회자가 조수미씨에게 물었다.
“은퇴하고 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요?”
“비 오는 날,거리에서 비를 맞고 싶어요.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항상 조심을 합니다.집에서도 샤워를 하고 나면 곧바로 드라이어로 물기를 말립니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사소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영광과 인기 뒤에는 이처럼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 온 몸으로 비를 맞으며 행복한 웃음을 흩날리는 조수미씨를 상상하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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