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예수님의 짧은 생
- 23-08-01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예수님의 짧은 생애
공자님이 석가님은 각각 70,80이 되도록 사시면서 천수를 누리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사실만큼 사신 것도 아니고 어떤 질병 때문에 더 사시고 싶은 뜻이 무너진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은 죽음을 자초하셨고, 죽음을 맞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셨습니다. 즉 어쩔 수 없이 죽음에 굴복하신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이 계셔서 그 목적을 위해 죽으신 것입니다. 그 목적이 바로 인류의 죄를 속량하시기 위한 대속의 죽음인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30이 되시기까지 어머니와 동생들을 돌보시며 일하시던 목공소를 그만두시고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죽음을 예견하셨고, 죽음을 각오하셨고, 죽음을 향하여 전진하셨습니다. 그래서 신약성경의 4 복음 중에서도 예수님이 고난을 앞에 두고 하셨던 모든 말씀들은 그 한마디 한마디가 심혈을 쏟으시듯 들려주신 유언이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3년간의 짧은 시간 안에 유언의 말씀을 한마디라도 더 남기시기 위해 온갖 시기와 질투와 모함과 박해와 위협을 받으시면서 정처없이 산으로 들로 바닷가로 다니시면서 복음을 전파하셨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고난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금요일에 수난 당하셨는데 바로 전날 목요일에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시며 기도하셨습니다.
사랑 위해 오셔서 사랑으로 사시다가 이제 그 사랑의 절정을 실현시키시기 위해 십자가를 지시기로 결단하시던 그날, 주님의 그 숭고하신 희생의 의미를 어머님이 알 수 있었겠습니까, 동생들이 깨달을 수 있었겠습니까, 제자들이 이해하였겠습니까.
그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도 이해시킬 수도 없어 홀로 고뇌하시고, 홀로 기도하시고, 홀로 죽음을 결단하시고 홀로 외롭게 가셔야했던 그 길이었습니다.
그때 예수님이 피땀 흘려 기도하시며 겪으신 그 고독한 결단의 순간은 바로 예수님의 영혼에 지워진 십자가가 아니었을까요. 예수님이 죽음을 앞에 두고 하신 말씀들 한마디 한마디가 다 유언이었던 것을 지금 우리는 4 복음에서 읽으며 아픔 가슴으로 그리고 뜨거운 눈물로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은 끝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그 당시 로마시대에는 여러가지 잔인한 사형 방법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십자가 처형은 샘영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시시각각 밀려오는 모든 고통을 고스란히 겪어야 하는 잔혹한 방법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생전에 자신의 소유라고 할만한 것은 가져보지 못하셨습니다. 태어나실 때에도 남의 말구유간에서 태어나셨고, 복음을 전하신 때에도 건물은 커녕 강대상도 없는 산이나 들판이나 바닷가나 혹은 배 위에서 설교하셨고,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타신 나귀도 남의 것을 빌려 타신 것이었습니다.
돌아가신 후 시신이 안치된 곳도 아리마대 요셉에게서 빌린 묘소였습니다. 그러나 십자가 마는,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마는 숨을 거두시는 순간까지 소유하셨던 확실한 예수님의 것이었고 그 위에는 명패까지 쓰여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후 시신이 묘지로 옮겨졌지만 장례식에서 흔히 보는 꽃한송이도 없이, 슬픈 가락의 조가 한 곡도 없이, 누군가의 조사 한마디도 없이, 애도에 젖은 장례 행렬도 없이 골고다의 돌바위 사이에서 외롭게 가셨습니다.
십자가에 달리면 보통 그 생명이 2,3일 계속되는데 예수님은 얼마나 허약하셨던지 아침 9시경에 못박히셨는데 오후 3시경에 벌써 운명하셨습니다.
물론 예수님은 부활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영광스럽게 부활하셨다해도 그 부활의 사실 때문에 십자가의 고남을 부활로 이어지는 통로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면서 십자가의 고통이 부활의 영광 뒤로 가리어저셔는 안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후의 부활은 이 땅에서의 육신을 떠난 또 다른 차원의 사건이지만 적어도 이 땅에서 인간의 육신을 입고 계시던 예수님에게 있어서는 십자가의 고통와 죽음은 인류를 위하신 최고이 사랑이셨고 최상의 목적이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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