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금리를 올려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잡히지 않는 이유

FT "자본이 덜 필요한 서비스로 전환…주택·노동 구조변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노동력 부족과 높은 주택보유로 인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금리를 인상해도 왜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통화정책은 항상 시차가 존재하는데 소비지출 패턴과 물가에 완전히 스며 들려면 통상 18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거의 1년 반 전에 금리인상을 시작했고 유로존은 긴축에 나선지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경기를 제약할 정도로 금리를 올린 것은 몇 개월 정도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시차가 더 길어지고 긴축 효과는 덜 강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FT는 전했다. 씨티의 나탄 시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이 수 십 년 전만큼 강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치솟는 금리에도 성장은 놀라울 정도로 탄력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경제국들의 생산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 산업이 특히 그렇다. 시트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경제국들과 세계 경제 전체가 이례적일 정도로 놀랍게 금리인상을 잘 흡수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왜 경제가 금리인상의 파고를 더 잘 견디며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걸까.

FT는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가 자본집약적 제조업에서 자본이 덜 필요한 서비스업으로 전환하며 통화긴축 정책이 느리게 전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주택과 노동시장을 포함한 경제의 중요한 부문에서 구조적 변화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정책효과가 느려지고 약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FT는 금리상승의 효과가 발휘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 중요한 열쇠로 주택시장의 변화를 꼽았다.

여러 국가에서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거나 임차하는 가구의 비율이 늘었다. 또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대부분 변동보다 고정이 많다. 변동 금리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통한 가계의 소비여력에 거의 즉각적으로 영향을 끼치지만 고정 금리는 그렇지 않다.

영국의 경우 모기지가 있는 주택비율은 1990년대 40%에서 현재 30% 미만으로 감소했다. 변동금리 모기지 비율은 2011년 70%에서 올해 2023년 10%를 살짝 상회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팬데믹이 고용에 미친 후유증이 지속되는 점도 물가에 상승압박을 계속 가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 부문에서 광범위한 구인난이 진행되며 임금상승과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서비스 부문 기업들이 성장해도 채용을 못할 것을 우려해 '노동력 비축'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빠른 임금 상승으로 인해 근로자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득 손실을 만회하려고 노력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압박한다는 점이다. 또 이러한 임금과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은 예상보다 낮은 생산성 성장으로 인해 증폭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잘못 판단하면서 물가를 저때 잡지 못하는 결과를 자초했다고 FT는 지적했다.

FT는 성장이 사라지면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는 중앙은행들이 더 많은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맥키언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몇 달 안에 대부분 선진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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