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20대 여성이 미국 우파 '스타'됐다
- 23-06-23
北인권운동가에서 보수 여전사로 변신한 박연미…"정치적 올바름·반서구 정서 만연"
우파 팟캐스트 출연하고 강연 활동…"통쾌하다 vs 돈벌이꾼" 반응 엇갈려
탈북 후 미국 국적을 취득한 박연미씨(29·여)가 북한 인권 운동가에서 최근 미국 우파 진영의 스타가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진보 진영이 추구하는 정치적 올바름(PC)을 '북한식 세뇌'라고 주장하며 각종 언론 인터뷰와 연단에서 민주당 때리기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박씨는 13세 때인 2007년 어머니와 함께 탈북해 중국에서 18개월간 숨어 지내다 고비사막을 건너 몽골에 갔다. 천신만고 끝에 한국에 입국했고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2016년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유학했다. 같은 해 미국인과 결혼한 뒤 2021년 미국 시민이 됐다.
그사이 박씨는 유명인사가 됐다. 한국 탈북민 예능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지난 10년간 국내외 방송과 강연회를 돌며 자신의 처절했던 탈북 여정과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폭로하면서다. 박씨는 2014년 영국 BBC 선정 '세계 100대 여성'으로 꼽혔고 2016년 발간한 회고록 '살기 위해'는 NYT 추천 도서에 선정돼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박씨는 2년 전부터 미국의 정치적 올바름을 저격하며 이념 전쟁의 한복판에 서기 시작했다. 박씨는 컬럼비아대에 재학 중이던 2021년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학은 자유로운 사상을 가질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직격했다. 특히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고 교실 내 반서구 정서가 만연해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수업시간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즐겨 읽었다고 말했다가 교수로부터 "그 작가들은 식민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며 "그들은 인종차별주의자고 무의식적으로 너를 세뇌시킬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또한 지난 2월에 출간한 '시간이 남아 있는 동안'에서는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린 경험도 공유했다. 당시 시카고에서 산책 도중 여성 흑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가해자를 촬영하려고 하자 다른 시민으로부터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 사건이 자신의 정치 인생에 전환점이 돼 이후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지들을 찾았다고 했다.
이후 우파 성향의 팟캐스트에 정기적으로 출연하며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우파 성향의 팟캐스트 방송 잇따라 출연하고 보수 싱크탱크 강연 연사로 활약했다. 올 봄부터는 보수 기독교계 시민단체 '터닝포인트USA'에서 월 6600달러(약 860만원)를 받고 기고자가 돼 극우 음모론자인 마저리 테일러-그린 공화당 하원과 함께 연단에 올랐다.
지난달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뒤, 한때 자신의 인권 활동을 웅원하고 강연회 연사로 같이 서기도 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을 향해 돌연 "거짓말쟁이이자 가짜"라고 비난했다. 이어 트랜스젠더를 겨냥한 광고에 대해선 "정치적 올바름이 여성을 지우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박씨의 최근 행보에 대해선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과격한 정치적 올바름에 진절머리가 난 시민들은 박씨가 외부인의 시선에서 미국 사회의 폐부를 찔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박씨가 정치를 이용해 본격 돈벌이에 나섰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샘 휴즈 위스콘신주(州) 브룩필드 교육위원은 박씨의 강연을 듣고는 "집단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형평성에 치중한 지역구 교육 프로그램을 지적했다. 같은 탈북민이자 영국 보수당 정치인인 박지현씨는 박씨가 자유민주주의를 당연하게 여기는 서구의 최근 세태를 꼬집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탈북자들을 연구해 온 제이 송 호주 멜버른대 한국학 교수는 "박씨는 놀라운 엔터테이너"라며 "(극단화된) 현대 미국 정치와 사회를 보여주는 단면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NYT는 "박씨가 미 정치판에서 돈벌이가 되는 틈새 시장을 찾았다"고 직격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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