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진핑=독재자' 발언 논란…北문제 협력 더 어려워지나

전문가 "美 '국내 정치용' 평가…미중 대화 동력은 이어가려 할 것" 

 

이번 주 초 미국 외교수장이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고위급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지난 수년간 갈등을 반복해온 미중 양국관계에 변화를 기대할 만한 요소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돌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Dictator)라고 지칭, 미중 간 갈등 국면에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위협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의 공조 아래 중국의 협조도 끌어내야 하는 우리 정부로선 미중 간의 관련 기류를 계속 주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열린 한 기금 모금 행사에서 연설하던 도중 지난 2월 중국의 이른바 '정찰 풍선'(고고도 정찰용 기구)이 미 영공을 침범했던 사건을 거론하면서 시주석을 "독재자"라고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차량 2대분의 스파이 장비를 실은 기구를 (미 전투기가) 격추했을 때 시 주석이 화를 낸 건 기구가 거기(미 영공) 있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는 건 '독재자'들에게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보도되자 중국 당국은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마오닝(毛寧) 외교부 대변인)이라며 반발했다.

러시아로부터도 "미국 외교의 매우 모순적인 발로"(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란 반응이 나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앞서 중국과의 외교장관회담 등을 18~19일 베이징을 방문한 직후 바이든 대통령의 '시진핑=독재자' 발언이 나왔단 이유에서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친강(秦剛) 외교부장과의 회담에 이어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시 주석을 잇달아 예방해 미중 갈등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와 관련 친 부장은 블링컨 장관의 미국 방문 요청을 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하루 만에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공격'하면서 그 배경 등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블링컨 장관은 당초 올 2월 중국을 방문하려 했으나, 당시 중국의 '정찰 풍선' 사건 때문에 취소했다가 이번에 중국을 찾았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과 그 해결을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을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20일 보도된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그들(중국)이 어떤 이유로든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우린 한국·일본과 함께 우리 자신과 동맹을 보호하려는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중국 측에 전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이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 안보리 차원의 대북 관련 논의 때마다 러시아와 함께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을 주장하며 제동을 걸어왔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안보상 합리적 우려'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유관각국이 "외교적·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중국 당국의 거듭된 주장이다.

이와 관련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턴 중국 측이 전 방위 패권경쟁 상대인 미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관련 도발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독재자' 발언과 관련해선 일단 미중 간 대화 재개 움직임 자체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 정치용'으로 '독재자' 발언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중국 측도 그런 부분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미중관계는 각국의 국내 정치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며 "미중 외교장관들이 이번에 어렵게 만난 만큼 대화 동력은 이어가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도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대중 저자세 외교 비판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고 (이번 발언은) 반중 정서가 강한 국내 여론용"이라며 "내년 대선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불가피하고, 경제를 안정시켜야 한다. 중국도 미중 협력 분위기를 깨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또한 "중국 체제 특성상 최고지도자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굉장히 엄중한 사안이다.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큰 틀'에서 미중이 협력 필요성을 확인한 만큼, 양국관계가 다시 경색될지는 친 부장의 추후 방미 연기 여부에 따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은 머지않은 시점에 친 부장 방미가 성사될 경우 올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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