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국내 암 발생 9위 '담도암'…면역항암제 등장에 희망 생겼다
- 23-06-21
원인 모를 황달에 의심, 치료 시급…5년 생존율 30% 안돼
간흡충증과 간내 담석이 원인…10건 중 7건 수술도 못해
한강 물이 서해로 흐르듯, 간에서 만든 담즙을 옮기는 담도에 생기는 암을 담도암이라고 한다. 아시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발생 빈도가 높다. 최근 10대 암 중에서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고 사망률도 높다. 다른 암에 걸려 생존하다가 가장 마지막에 걸리는 암이 췌장암 또는 담도암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다행인 점은 최근 의료의 발전으로 새롭게 진단 및 치료 방법이 개발되고 있어 희망을 품자는 격려가 잇따른다. 면역항암제(인체 면역 세포의 활성을 통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약) '더발루맙'에 기존 약 2가지를 함께 써봤더니 종전보다 오래 살 수 있었다.
황진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뉴스1을 만나 "담도가 막히고, 열이 생겨 담도염이 나타나는 등 담도암 환자는 계속 아프다. 항암제 치료로 환자 담도가 막히지 않고 입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매우 좋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년 반 치료받은 환자가 있다. 수술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꾸준히 치료했더니 많이 좋아졌다. 초반에는 세포독성 치료제와 더발루맙을 병용하다가 더발루맙 단독요법을 받고 있다. 57회 병원을 찾았는데 최근 환자와 보호자, 두 모자가 웃으며 진료받았다"고 소개했다.
담도의 위치 |
◇담도암 환자 10명 중 7명은 수술 어려워 항암치료 진행해야
음식의 소화 효소가 나오는 곳이 췌장과 담도다. 지방을 분해, 흡수할 때 중요한 담즙은 담도를 타고 흘러나온다. 담도 일부가 간 내부에 포함돼 간암으로도 불리나 간세포암은 아니다. 간암이라고 불릴 간내 담도암은 전체 간암의 10% 내외다. 간 외 담도암은 췌장을 지나, 흔히 '간담췌'로 부르기도 한다.
황 교수에 따르면 이전에는 담도암이 생소하고 약도 없었으며 수술 기법도 발달하지 않아 많은 환자가 사망했다. 환자를 진단하고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담도암은 2020년 기준 국내 전체 암 발생의 9위(환자 수 7452명)를 차지하고, 암이 진행됐을 경우 5년 생존율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담도암 증가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없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간흡충증과 간 내 담석이 원인으로 꼽힌다. 간흡충증은 민물고기를 익히지 않고 섭취해 기생충이 간에 살아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또한 간 내 담석으로 계속 열이 나고 괜찮아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담도가 막혀 담즙이 배출되지 않으면 황달이 생겨 눈이 노래질 수 있다. 황달만으로 명확히 판단할 수는 없으나 이미 암은 많이 진행된 셈이다. 수술하면 예후가 좋은 암이지만 수술 자체를 할 수 있는 경우가 10건 중 3건도 안 된다. 이외 7건은 수술할 수 없는 진행성 담도암이다.
게다가 수술해도 10건 중 6~7건 자체는 재발한다. 진행성 담도암은 수술이 어려워 생존 기간 연장을 위한 항암 치료가 기본이다. 2010년 들어오며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시스플라틴·젬시타빈)를 조합해 봤더니 전이성 담도암과 진행성 담도암에 1년 정도의 생존 기간 연장 효과를 보였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의 황진혁 교수 |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보다 효과 더 좋은 면역항암제 발견…아직 비급여
그러나 이보다 더 좋은 면역항암제 '더발루맙'이 2017년 등장하며 더발루맙에 시스플라틴·젬시타빈까지 함께 쓰는 치료법이 관심을 얻었다. 이게 현재 담도암 지침서에 1차 치료로 등재돼 있다. 황 교수는 "담도암도 간염이나 염증과 관련이 있어 일부 면역항암제가 잘 듣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의료진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임상 연구 결과를 보면 더발루맙 병용군이 위약(가짜 약) 병용군과 비교해 전체 생존 기간이 유의미하게 연장됐다. 더발루맙 병용군의 사망 위험이 위약 병용군보다 20% 더 낮았다.
2년 생존율의 경우 더발루맙 병용군과 위약 병용군 각각 24.9%, 10.4%로 생존율이 약 15%p(포인트) 향상됐다. 무진행 생존기간(연구등록 시점부터 암 진행 기간)의 중앙값 역시 더발루맙 병용군에서 7.2개월(위약 병용군 5.7개월)로 늘어나 암 진행 위험도를 25% 낮췄다.
객관적 반응률(암의 크기가 30% 이상 감소하는 환자 비율)은 더발루맙 병용군에서 26.7%(위약 병용군 18.7%)로 향상됐다. 더발루맙 병용군과 위약 병용군 간 부작용 발생률의 차이가 거의 없었고 새롭게 발견된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더발루맙에 시스플라틴·젬시타빈까지 함께 쓰는 치료법에는 더발루맙을 3주 간격으로 병용해 치료한다. 다만, 원래 더발루맙은 4주에 1회 맞는 약이다. 따라서 8회가량 3가지 약을 3주마다 맞은 뒤에 더발루맙을 원래대로 4주에 1회 맞는다.
황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기본적으로 항원 항체 반응이기 때문에 많이 투여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체중에 맞게 투여한다"면서 "분명 효과가 있는 약이지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은 어려운 주제다. (아직 비급여지만) 계속 연구가 이뤄지면 효과 측면에서 선별된 그룹이 확인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끝으로 황 교수는 "암 치료 발전 속도가 IT만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많은 연구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형태의 암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새 치료법과 진단법을 빠르게 사용할 수 있다"며 환자들에게 "희망 잃지 말고 전문가를 만나 충분히 상의, 소통하면서 치료에 대한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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