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은 증권"이라는 SEC…가상자산 기업들 '미국 엑소더스'
- 23-06-11
SEC, 바이낸스·코인베이스 제소하며 19개 코인 '증권' 분류…현재까지 67개
'규제 불확실성'에 미국 떠나는 가상자산 기업…두바이·홍콩행 '주목'
전 세계 최대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인 미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이낸스 및 코인베이스를 제소하고, 19개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판단하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가상자산 기업의 '탈(脫) 미국'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여론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는 거래량 기준 전 세계 1, 2위를 차지하는 초대형 가상자산 거래소다. 이에 두 거래소를 시작으로 미국 사용자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들은 SEC의 레이더망에 걸려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또 SEC가 이번에 증권으로 분류한 19개 가상자산에는 카르다노(ADA), 솔라나(SOL), 폴리곤(MATIC) 등 시가총액 규모 10위 내의 코인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 19개를 합하면 그간 SEC가 증권으로 분류한 가상자산은 67개에 달한다. 이에 가상자산 프로젝트들도 미국 내 영업활동을 기피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거래소부터 가상자산 프로젝트까지…'탈 미국'은 예상된 수순
SEC는 지난 5일(현지시간) 바이낸스를 13개 혐의로 제소했다. 바이낸스코인(BNB), 바이낸스 스테이블코인인 BUSD 등을 '미등록 증권'으로 보고 이를 판매한 혐의, 고객 자금을 유용해 자오창펑 CEO가 관리하는 기업으로 빼돌린 혐의 등이다. SEC는 자오창펑 CEO에 대해서도 소를 제기했다.
코인베이스 역시 제소 대상이 됐으나 바이낸스와는 차이가 있었다. 코인베이스의 경우 CEO를 제외하고 회사만 제소했으며 역시 미등록증권 매매 혐의, 미등록 거래소 운영 혐의 등을 적용했다.
이와 동시에 SEC는 카르다노(ADA), 솔라나(SOL), 폴리곤(MATIC), 파일코인(FIL) 등 19개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분류했다.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는 해당 가상자산들의 거래를 지원했다. 따라서 증권 거래소로 등록하지 않은 채 '미등록 증권'의 매매를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SEC는 지난 4월 6개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분류하면서 거래소 비트렉스에도 같은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이에 가상자산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우선 바이낸스, 코인베이스처럼 미국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온 거래소는 모두 SEC의 규제 대상이 될 것이란 예측이 제기된다. 현재 크라켄, 제미니, 크립토닷컴, 오케이코인 등이 미국 사용자의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이들 거래소가 SEC와의 소송을 피하려면 SEC가 증권으로 분류한 가상자산을 모두 상장 폐지해야 한다.
제이슨 알레그란테(Jason Allegrante) 파이어블록스 최고법률책임자(CLO)는 로이터에 "미국 내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증권으로 분류된 토큰의 거래를 지원할 경우 SEC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으로 분류된 가상자산들은 거래량이 많은 코인들이다. 예를 들어 크립토닷컴에서는 SEC가 증권으로 분류한 리플(XRP), 카르다노(ADA), 솔라나(SOL) 등이 거래량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해당 가상자산들을 모두 상장 폐지할 경우 그만큼 수수료 수익을 잃게 되므로 사업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 기업들이 미국을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증권으로 분류된 가상자산 프로젝트들도 미국 외 지역에서 사업을 확장할 것이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얏 시우(Yat Siu) 애니모카브랜즈 CEO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최근 SEC가 더 샌드박스의 가상자산 SAND를 '미등록 증권'으로 분류한 이후 미국 외 시장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니모카브랜즈는 더 샌드박스의 모회사다.
SEC와 3년 가까이 소송을 이어오고 있는 리플은 미국 외 국가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 지 오래다. 지난 3월 방한한 브룩스 엔트위슬(Brooks Entwistle) 리플 아시아 태평양 및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총괄은 "리플은 지난 2년 동안 미국 외 시장에서 사업을 키우는 방식으로 소송에 전략적으로 대응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 '크립토 허브'는? 규제 불확실성 없앤 두바이·홍콩 부상
이처럼 가상자산 기업들의 '탈 미국' 러시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할 다음 요충지로는 두바이와 홍콩이 꼽히고 있다.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 내 최대 자유 무역지대인 '두바이 복합 상품 거래소(DMCC)' 내에 크립토 센터를 마련, 가상자산 기업들의 등록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현재 크립토 센터에는 600개 이상의 가상자산 기업이 입주했으며, 최근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도 두바이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홍콩은 이달 1일부터 가상자산사업자 대상 규제를 시행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의 규제안에는 자금세탁방지(AML), 테러자금조달방지(CFT) 시스템 구축 등 요건을 갖춰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 취득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개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거래가 전격 허용됐다. 가상자산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많은 업체들이 두바이와 홍콩으로 이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 근거에 대해선 "'탈 미국'의 주된 원인은 '규제 불확실성'이고, 이는 SEC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라며 "홍콩과 두바이는 최근 여러 규제를 보완해 가상자산 업체를 환영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미 제도를 완비한 싱가폴에 비해서도 라이선스나 세금 면에서 좀 더 편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상자산 법안 '미카(MICA)'를 최종 통과시킨 유럽 역시 다음 '가상자산 허브'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31일 가상자산 단독 법안 '미카'에 공식 서명했다. 미카에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지갑 업체가 EU 27개국에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라이선스 관련 내용이 담겼다.
김민승 연구원은 "최근 유럽에서도 미카 법안이 통과되면서 규제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됐다. 유럽으로 이전하는 업체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가상자산 업체 대부분은 규율을 정해주면 따르겠다는 입장"이라며 "미국 가상자산 업체들이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낭패를 보았고, 불확실성이 제거된 곳으로 옮겨가는 것은 업체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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