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추가 감산에 정유업계 입술 마른다…"좋지 않은 시그널"

6월1주 정제마진 4.4달러 '손익분기점'…유가 상승 겹치면 악재

하반기 경기 개선도 불투명…하반기 실적도 먹구름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생산량 조절을 위해 내달부터 하루 100만 배럴(bbl)의 추가 감산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들어 석유 제품 수요 부진 등으로 정제마진이 축소된 상황에서 유가가 상승하면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6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내달부터 최소 한 달간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0만 배럴 감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非) OPEC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는 자발적 원유 감산 조치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4월 OPEC+ 일부 회원국은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추가 감산을 발표했는데 이번에 사우디아라비아가 단독으로 추가 감산에 돌입하면서 원유 생산량이 상당 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OPEC+가 발표한 감축량까지 합치면 하루 감축량은 466만 배럴이다.  

원유 감산량이 늘어나면서 국제 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국제 유가(두바이유)는 배럴당 80달러 선을 유지하다가 최근 들어 70달러 초반대로 하락했다.

지난 4월 추가 감산 조치에도 전 세계적인 수요 부진으로 국제 유가는 반짝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의 동참 없이 단독으로 감산을 결정하면서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보냈다.

국제 유가 상승 여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국내 정유업계는 정제마진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수송비 등 비용을 뺀 것으로 보통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을 4달러 수준으로 본다.

국제유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제마진은 4달러대에서 머물고 있다. 지난 4월 배럴당 2달러대까지 떨어진 정제마진은 5월 들어 손익분기점인 4달러를 회복했다. 6월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4.4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에는 국제유가가 100달러대로 높았음에도 전 세계적인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유사들이 호실적을 거뒀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경기침체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인도와 튀르키예 등 정유업계가 러시아산 원유를 우회적으로 값싸게 들여와 유럽 등지로 수출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데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도 석유제품 자체 생산량을 늘린 것도 국내 정유업계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정유업계는 적자가 예상되는 2분기에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는 업황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이 유가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실적 반등도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추가 감산이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유가를 끌어올리게 되면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기인 상황에서 소비가 더 위축될 수 있다. 소비 심리가 꺾이면 정제마진을 최소화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글로벌 경기 개선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산유국의 추가 감산은 정유업계에는 좋지 않은 시그널"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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