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가장 현명한 사람
- 23-06-05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가장 현명한 사람
희랍의 철학자 탈레스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 자신을 바로 아는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남을 비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내 가족이라고 해도 내가 알고 있는 만큼 나를 더 잘 알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 가족은 물론 이웃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나에 대하여 알고 있는 그 어떤 부분을 정작 나 자신은 모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도 내가 꼭 알아차려야 할 나의 좋지 못한 습관, 잘못된 사고와 판단, 비뚤어진 성격, 부족한 역량 그리고 내가 처해 있는 처지나 상황 등을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나 자신에 대한 무지는 지식의 유무나 지위의 고하나 신분 여하에 관계없이 거의 모두에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가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대중의 추앙을 받는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 속에서도 똑같은 예를 보게 됩니다. 그들이 해야 할 말이나 행동을 일반 촌부들까지도 훤히 알고 있는데도 당사자만은 그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전혀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임으로써 비난을 받는 경우입니다.
나 자신을 좀 더 잘 알기 위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길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하나는 나 자신을 늘 주관적인 입장에서만 보지 말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나 자신을 객체화시켜놓고 멀리서 나 자신을 관찰하면서 냉철하게 비판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에 관하여 외부로부터 들려오는 모든 비판의 소리를 모두 수용하여 깊이 이해하고 반성하는 아량과 예지가 필요할 뿐 아니라 나에 대하여 들려오는 찬사의 소리를 올바로 분석하여 아무리 듣기에 좋은 말이라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찬사에는 귀를 돌릴 수 있는 분별력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나 자신을 바르게 볼 수 있는 시야를 흐리게 하는 것은 언제나 나에게 향한 비판 때문이 아니라 귀를 즐겁게 하는 찬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비판을 들어가며 성숙해지기 보다는 파멸이 오더라도 찬사만을 듣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경향에서 의지력으로 벗어나야 하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좀처럼 나의 약점을 말하지 않는 가까운 친구보다는 나와 거리가 있는 사람들로부터 들려오는 소리가 더 객관성이 있고 진실에 가깝다는 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바로 보는 데에 장애가 되는 것들중 하나는 우리가 어떤 착각 속에서 허상에 사로잡혀 공허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내가 어떤 훌륭한 분을 높이 존경하고 흠모하여 그분의 업적을 열렬히 찬양할 때,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나도 그 분과 비슷한 정도의 인격에 도달해 있는 줄로 생각하는 착각입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평생을 독립운동과 민족교육에 헌신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애국정신과 성실성을 내가 지극히 숭앙하고 있다면 그것이 곧 내가 도산 선생과 같은 애국자가 되고 그 분과 같은 인격자가 되어있는 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내가 어떤 위대한 분을 존경하고 찬양하는 것과 나 자신이 위대한 인물이 된다고 하는 것은 전연 별개의 것입니다. 내가 훌륭한 인격자로 변한다는 것은 내가 존경할 분을 존경하고 찬양한 후에도 또 다른 높은 장벽을 넘고 또 다른 길고 넓은 강을 건너고 난 후에야 도달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없이는 다만 어떤 대상을 동경하고 열망하는 것으로 그칠 뿐 나 자신이 새로운 인간상으로 변화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착각은 자유라고 말합니다마는 그 자유로운 착각 속에 머물러 우리의 생각이 거기에서 굳어져 있는 한 인격의 성장이나 변화는 요원할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자신을 똑바로 알고 처신하는 사람만큼 현명한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도 “너 자신을 알라”라는 명언을 남겨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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