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도와줄게"…미·중, '코로나 생지옥' 인도 두고 '으르렁'

中관영매체 "마지막에 도움주는 구식 전술로 쓰는 美"

블룸버그 "중국이 미국과 안보 파트너들 사이 이간질"

 

이번에는 인도를 두고 맞붙었다. 연일 30만명 이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인도를 미국과 중국이 서로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양국 움직임을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세계패권을 두고 경쟁 중인 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영향력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적극적인 '내 편 만들기'에 나섰다는 분석에 더 힘이 실린다.

미국은 최근 유럽연합(EU)에 이어 인도에 대한 지원을 공언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원료, 의료 장비, 보호 장비를 즉시 인도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대유행 초기 우리 병원이 어려울 때 인도가 지원을 보냈듯이 우리 또한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인도를 돕기로 했다"고 적었다.

모친이 인도 출신이기도 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트위터에 "우리는 지원을 제공하면서 인도의 용감한 의료 종사자들을 포함한 인도 국민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썼다.

아울러 25일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이 전화통화를 가진 데 이어 26일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간에 '협력의 통화'가 이뤄졌다.

국방부도 나섰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6일 "미국은 인도와의 파트너십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인도인들이 이번 사태에 용감하게 맞서 싸우고 있는 가운데 그들을 돕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대대적인 인도 지원 정책 발표에 의구심을 표했다. 며칠 전만 해도 인도를 돕는 데 소극적이었던 미국이 갑자기 마음을 바꾼 데에 의도가 있다는 것.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求時報)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인도의 인도주의적인 위기를 이용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자원을 사용해 인도가 미국에 더 가까워지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하이동 중국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위기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갑자기 도움을 제공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구식 전술'을 뜻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최근 인도에서 일어난 일이 이를 입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파트너가 도움을 요청할 때 종종 파트너의 요청을 거절한다"며 "이후 마지막 순간에 도움을 줌으로써 파트너로부더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한다"고 언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중국은 앞서 인도를 돕겠다고 두 차례나 의지를 표명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표해왔다는 입장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쿼드(Quad, 미국·호주·인도·일본) 국가들 간 백신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인도가 다른 3개국으로부터 거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국들이 국제적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는 능력 내에서 도움을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쿼드를 인도-태평양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 쿼드가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하다.

중국은 이중에서도 인도라는 '약한 고리'를 눈여겨 보고 있다. 인도는 건국 이후 줄곧 비동맹 중립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며 중국과 국경 유혈충돌로 갈등이 심화되지 않았다면 쿼드 참여에 미온적이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스리랑카에 있는 중국 대사관이 26일 홍콩 특별행정구역에서 인도 델리로 800개의 산소농축기를 보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인도에 1만개의 산소농축기를 일주일 내 추가로 더 보낼 예정이다.

중국 의료기기 업체들은 인도로부터 주문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회사는 인도 의료기관으로부터 약 1만8000대의 산소 기계 주문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대변인은 "중국과 인도는 일련의 문제에 대해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중국 기업들이 제공한 의약품은 정상적인 조달"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에서는 이에 대해 '중국이 미국과 파트너 국가들 사이를 갈라치려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세계 최악의 바이러스 위기 극복을 위해 인도를 돕겠다고 나서자 중국이 민주적인 안보 파트너들 사이를 이간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은 글로벌타임스가 최근 사설, 만화 등을 통해 병원과 화장장으로 둘러싸인 델리의 상황을 부각시키며 인도는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늑장 대응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허드슨 연구소에서 인도와 남아시아의 미래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아파르나 판데는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지연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러한 사건들은 결국 인도가 미국과의 연대를 재고하게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아만 탁커는 "미국이 회복할 시간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양국이 협력하는 것은 미국과 인도 모두에 국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국 모두 20년간 유대관계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왔으며 이러한 전략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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