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中, 노점상도 거리 버스킹도 "QR 결제만 받습니다"
- 23-05-30
중국 선전에서 살펴본 QR코드 문화…생활 전반이 QR 기반
현금·카드 결제 안 받아 외국인에겐 진입장벽
결제는 일종의 문화다. 결제 방식은 한 사회의 소비·생활 문화를 집약해 보여준다. 한국은 카드, 일본은 현금이 오랫동안 소비의 첫 관문을 책임져 왔다.
반면 중국은 일찍이 QR코드가 보편화됐다. 카드 인프라를 건너뛰고 바로 스마트폰 기반의 간편 결제가 도입된 덕이다. 카드가 습관이 된 한국에서 간편 결제가 쉬이 자리 잡지 못하는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다.
이달 16일부터 19일까지 방문한 중국 선전(深圳)에서 QR코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실제 마주한 중국의 QR 문화는 단순 결제를 넘어 생활 전반에 스며든 모습이었다. 공항에서부터 택시, 식당, 노점상까지 거리 곳곳은 QR코드로 가득했다.
출입국장의 첫 관문은 QR코드였다. 출입국 건강 신고서를 온라인으로 작성한 뒤 생성된 QR코드를 인증해야 공항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QR코드 방식의 검역 정보 사전 입력 시스템 'Q코드'가 확산되고 있는 국내와 달리 이미 해당 방식이 보편화된 모습이다.
이후에도 QR코드는 중국 사회에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했다. 편의점이나 음식점은 현금이나 카드 결제를 안 받는 곳도 많았다. 현금을 받더라도 거스름돈을 안 주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중국 선전의 지하철 무인단말기(키오스크)에서 QR코드가 안내되고 있다. 2023.5.17/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
지하철 개찰구에는 QR코드 스캐너(오른쪽 아래)가 탑재돼 QR 결제를 지원한다. 2023.5.17/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
지하철에서 표를 구매할 때도 무인단말기(키오스크)에서 가장 먼저 뜨는 화면은 QR코드였다. 스마트폰으로 표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웹사이트로 연결됐다. 현금으로도 실물 디지털 토큰 형태의 표를 구매해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지만, 모바일 결제를 최우선시하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개찰구에 마련된 QR코드 스캐너에 연신 스마트폰을 찍고 있었다.
음식점에도 메뉴판 대신 QR코드가 테이블마다 놓여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해당 QR을 찍으면 디지털 메뉴판이 뜨는 식이다. 음식점 출입문에도 해당 매장의 정보를 안내하는 QR코드가 박혀 있었다.
중국 선전 화창베이 한 쇼핑몰에서 서비스 로봇이 음식점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2023.5.17/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
각종 광고판에도 QR 코드가 빠지지 않고 들어갔다. 세계 최대 전자상가 중 한 곳인 선전 화창베이(華强北)에 있는 한 쇼핑몰 서비스 로봇이 띄운 광고 화면에도 QR코드가 박혀 있었다. 구체적인 상품 설명은 QR에 맡기는 식이다.
화창베이의 한 레몬티 전문점은 계산대에서 대면 주문 대신 QR코드 방식의 온라인 간편 주문을 안내하고 있었다.
길거리 노점상도 현금이 아닌 QR 결제를 받았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거리 공연에서도 QR 코드를 크게 박아 놓은 기타 가방을 펼쳐 놓은 채 진행됐다. 공과금이나 통신비 납부도 QR 기반의 간편 결제 서비스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계산대에서도 대면 주문 대신 QR 기반 온라인 주문을 받는다. 2023.5.17/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
반면 애플페이나 삼성페이 등 NFC 방식의 간편 결제는 비주류였다. 애플스토어 등 일부 매장에서는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했지만 대부분은 QR 결제만 받았다.
선전의 중심 상권인 완샹티엔띠(万象天地) 구역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 직원은 "신용카드, QR코드를 통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만 안내했다.
문제는 QR 결제 방식이 외국인에게 배타적이라는 점이다. 중국 내 QR 결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건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다. 두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페이의 경우 앱을 깐 후에 여권 인증 및 신용카드 등록 절차를 거쳐 외국인도 사용은 할 수 있지만 일부 알림 메시지가 중국어로 나오는 등 진입 장벽이 있다. 위챗페이는 중국 내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하는 등 단기 체류 외국인들은 사실상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QR 결제가 강제되는 탓에 중국 내국인의 편리는 역설적으로 외국인에겐 불편으로 다가온다. 택시를 타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다. 한 택시 기사는 알리페이로 결제하려 하자 연신 "웨이신"을 외쳤다. 웨이신은 중국어로 위챗을 뜻한다. 위챗페이만 받는 택시였다.
국내 간편 결제 업체는 이 같은 상황을 공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377300)는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내 알리페이 플러스와의 제휴를 통해 중국 일부 지역 오프라인 매장에서 카카오페이 결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 해외에서 환전 없이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거나 테스트 중인 국가는 총 11개국"이라며 "코로나가 완화된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해외 결제 및 사용자 수, 거래액이 급증한 만큼 이 성장세는 더 가파르게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기술 연동 작업 시작해 중국 항정우 옆에 이우시부터 테스트하면서 가맹점을 넓혀가고 있다"며 "9월 항저우 아시안 게임 열리는 시기 관광 수요에 맞춰 중국에서도 카카오페이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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