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부장관도 돌연사…잇단 고위층 죽음에 유럽선 '러 돌연사 증후군'도

표트르 쿠체렌코 과학·교육부장관, 쿠바 출장 마치고 귀국길 사망

"생전 전쟁 반대·망명 희망"…개전 이래 러 고위층 사망자 24여명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러시아 고위 관리가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행 비행기에서 돌연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46세.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 언론 모스크바타임스(MT)·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표트르 쿠체렌코 러시아 과학·고등교육부 부장관이 지난 20일 쿠바에서 이륙한 모스크바행 비행기 안에서 중증으로 숨졌다고 당국은 다음날 발표했다.

쿠체렌코 부장관은 러시아 남서부 스타보폴 공항에 비상 착륙해 응급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그에게는 팝 가수 다이애나 구르츠카야(44)와 10대 아들 콘스탄틴(15)이 있다.

해당 비행기에는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러시아 부총리, 안드레이 구스코프 외무부 중남미담당 부국장도 타고 있었다.

러시아 국영 즈베즈다방송에 따르면 유족 측은 그의 사인을 심장 질환으로 보고 있지만 오는 24일 부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세한 설명은 삼간다는 입장이다.

쿠체렌코 부장관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러시아 독립 언론인이자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인 로만 슈퍼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신변 안전'을 이유로 모국을 떠나기 며칠 전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슈퍼에 따르면 두 사람은 슈퍼의 이주 계획뿐만 아니라 쿠체레코 부장관이 러시아를 떠날 수 없는 이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등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쿠체렌코 부장관은 "내가 러시아를 떠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정부)은 우리의 여권을 압수한다"며 "이 파시스트(러시아) 침략 이후 러시아 부장관을 기뻐하며 맞이할 세계는 없다"고 말했다.

슈퍼는 쿠체렌코 부장관이 "항우울제와 진정제 소량을 동시에 복용했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개전 이래 러시아 고위층 최소 24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감옥에서 숨진 이고르 슈쿠르코(49) 러시아 에너지기업 야쿠츠케네르고 부총재는 친푸틴 성향의 사실상 여당 통합러시아 소속이었으나 뇌물 혐의로 기소, 당원 자격이 박탈됐다.

러시아 석유 재벌 비아치슬레브 로브네이코는 지난 3월 늦은밤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데일리메일은 "러시아의 많은 관리와 올리가르히(신흥재벌)들이 개전 이래 불가사의한 상황에서 요절했다"며 "지난해말 유럽은 이 같은 추세를 '러시아인 돌연사 증후군'(Sudden Russian Death Syndrome)이라고 부를 정도로 익숙하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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