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장미'의 도시가 수개월 만에 '지옥'으로…바흐무트의 고난

러 "점령했다" vs 우크라 "아니다"…폐허만 남아

러·우크라 치열한 교전 속 점령 진실공방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를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침공 이전 바흐무트의 모습에 관심이 모인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와인과 장미의 도시에서 지구상의 지옥(hell on Earth)'라는 제목하의 보도에서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 이전 아름다웠던 바흐무트의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인구 7만2000명의 작은 도시 바흐무트는 소금과 석고광산으로 둘러싸인 중요한 산업 중심지이자 도네츠크주의 철도 허브였다.

옛소련 시절 아르티모프스크라 불렸던 바흐무트는 스파클링 와인 산업이 성행해 "와인과 장미의 도시"라고 불리기도 했다. 높은 품질을 자랑하던 바흐무트의 와인 생산시설은 모두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로 옮겨졌다.

또 바흐무트는 장미로도 유명한데, "장미 골목"이라는 별칭이 붙은 한 골목에는 장미 5000 송이가 한꺼번에 피는 장관이 연출됐다고 AFP는 전했다.

 

미국 타임지는 또 바흐무트가 드넓은 가로수길, 울창한 공원과 19세기 건축양식이 남아있는 거대 저택 덕분에 인기 있는 관광지로 꼽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바흐무트는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 이전에도 한 차례 위기를 겪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크림반도) 합병 당시 친러시아군이 바흐무트를 점령하려 하면서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한 교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현재 15개월째 계속된 전쟁과 집중 포격으로 바흐무트는 폐허만 남은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바흐무트 사수에 나선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바흐무트를 "지구상의 지옥"이라 표현하거나 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프랑스 베르됭에 빗대기도 했다.

베르됭은 1916년 2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독일군과 프랑스군 사이의 참호전이 지속돼 최소 7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1차대전 최대 격전지다. 양국군이 치열한 소모전을 펼쳤던 양상이 오늘날 바흐무트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AFP는 바흐무트 곳곳에 포격으로 인한 건물 잔해와 거대 분화구를 발견했으며 민간인 희생자들을 위한 임시 매장지에 나무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해와 올해 찍힌 바흐무트 위성 사진을 비교하며 "도시 전역에 걸쳐 아파트 건물과 학교, 상점 등은 연기가 자욱한 잔해로 변했다"며 바흐무트의 참혹한 모습을 전했다.

지난 3월 현지 관리들은 바흐무트에 남아있는 민간인 인구를 약 3000명으로 추산했지만 AFP는 교전이 더 치열해지면서 이보다 적은 인구가 남아있을 것으로 봤다.

한편 러시아는 지난 21일 바흐무트 점령에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는 사실이 아니라며 여전히 우크라이군이 남아있다고 팽팽히 맞섰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일본 히로미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마지막 날 일정에서 "바흐무트가 파괴됐고,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말하면서 러시아가 바흐무트를 '사실상' 완전히 점령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여럿 제기됐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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