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사칭한 'AI 기고문'에 사과한 아일랜드 신문사…"우리도 속았다"

인공태닝 비판한 기고문…"유색인종 조롱하고 성 상품화"
'정체성 정치' 논쟁 일으키려…생성형AI로 프로필사진 조작

 

독자가 보낸 기고문을 검증 없이 그대로 실은 아일랜드 일간지가 사흘 만에 공식 사과했다. 기고문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작성한 글인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의료업계 종사자라는 기고자의 신원조차 허위로 판명됐다.


AFP통신과 가디언에 따르면 아이리시타임스(IT)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여성들의 인공태닝에 대한 집착은 문제가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12일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만 남긴 채 웹사이트에서 문제의 글을 삭제했다.

아드리아나 아코스타-코르테스란 필명을 사용한 독자는 기고문을 통해 아일랜드 백인 여성들의 인공태닝 열풍은 유색인종을 조롱하는 것이며 어두운 피부색을 성 상품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푸른색 단발머리를 한 여성의 사진과 함께 자신을 더블린에 거주하는 29세 에콰도르 출신 의료업계 종사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12일 아코스타-코르테스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때 존경받았던 신문사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이처럼 사회 분열적인 글을 게재해 스스로를 타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심으로 슬프다. 아이리시타임스는 구글 메일(G-mail) 계정 이상을 확인하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리시타임스가 AI 챗봇의 미디어 침투를 주제로 지난 1월 보도한 기사 링크도 게시글에 첨부했다.

이에 아코스타-코르테스가 가상 인물이며 그가 보낸 기고문도 생성형 AI가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지난 주말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했다. 그러자 조용히 기사를 내렸던 신문사도 침묵을 깨고 독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루아단 맥코맥 아이리시타임스 편집기자는 14일 성명을 내고 "아일랜드타임스와 독자 간의 신뢰를 훼손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을 통해 신문 발행 절차의 허점이 드러났다"며 "관련 절차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생성형 AI로 불거진 과제가 이번 사건으로 강조됐다"며 "다른 기업처럼 변화를 학습하고 적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회사가 "고의적이고 조직적인 속임수의 희생양이 됐다"고 항변했다.

아코스타-코르테스는 14일 가디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정체성 정치'란 극단적 담론에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이같은 소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정체성 정치란 인종, 성별, 성적지향 등에서 동일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정치적 이익을 집중적으로 대변하는 움직임을 말한다.

아울러 자신의 신원에 대해 아일랜드 국적의 대학생이며 남성과 여성이란 이분법적 성별 구분을 거부하는 '논바이너리'라고 설명했다. 또 기고문의 80%는 AI 챗봇인 챗GPT-4가 작성했으며, 자신의 프로필 사진은 AI 이미지생성 프로그램인 달리2(DALL-E2)를 사용해 만들어 냈다고 했다.  

아드리아나 아코스타-코르테스의 프로필 사진이 11일(현지시간) 게재된 아일랜드 일간지 '아이리시타임스'(IT) 기고문에 수록된 모습. 이 사진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해 만든 가상의 얼굴이다. (아이리시타임스 갈무리) 2023.05.11.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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