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얀센(J&J) 계속 접종 권고…"이익이 위험 능가"

50세 미만 여성 혈전 위험 경고 문구 추가키로

미국 내외 집단 면역 달성 여부 가장 크게 고려한 듯

 

미국 식품의약품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3일(현지시간)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용 중단 권고를 철회했다. 혈전 발생 사실이 있지만, 여전히 백신의 이익이 위험을 능가한다는 취지다.

이에 기 배포돼 현재 약국 등에 비치된 얀센 백신은 즉각 접종이 가능해졌다. FDA는 24일 환자 및 의료기관 현황을 업데이트하고, CDC와 함께 다음주 초까지 추가 교육자료와 안내문을 배포할 예정이다. 아울러 50세 미만 여성은 혈전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하기로 했다.

◇"위험 경고·선택권 보장·안심 접종은 의료진 의무":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CDC의 독립 자문 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이날 하루 종일 이어진 마라톤회의 끝에 늦은 저녁 결국 얀센 백신 접종이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에 합의했다. 자문위원 15명 중 10명이 계속 접종에 찬성했고, 4명이 반대했으며, 1명의 기권표가 나왔다.

로셸 왈렌스키 CDC 국장은 바로 권고안을 승인했고, FDA 집행위원 자넷 우드콕 박사는 "FDA와 CDC의 모든 가용 데이터 분석 결과와 의료 전문가, 자문위 권고에 기초해 사용 중단 권고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앞서 밝혀진 6건을 포함한 총 15건의 혈전 발생 사례가 검토됐다.

위원들 가운데에서는 이익이 위험을 능가할지라도 접종자들이 드물지만 잠재적인 위험과 다른 백신 선택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얀센 백신을 맞게 될 수도 있는 점을 우려하는 의견도 제기됐다고 한다.

혈전이 주로 18~48세 여성에게서 발병한 만큼 50세 미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추가 경고 첨부 여부를 놓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앞선 6건 외에도 조사 범위를 800만 건의 접종 사례로 넓혔지만, 추가된 15건 사례 모두 18~59세 여성에게서 발병했다. 50세 미만이 13건, 50세 이상 2건으로, 특히 30대 여성에게서 가장 흔했다.

베스 벨 워싱턴대 글로벌보건학과 교수는 "난 접종 재개(yes)에 투표했지만, 이 연령층의 여성 접종자들이 FDA 팩트시트만으로는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할 수 있어 우려된다. 이 연령층의 여성들은 가장 위험한 그룹이다. 백신 접종은 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지,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CDC 측은 혈전 발생이 여성들에게만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짓기에는 너무 이르며, 남성들의 사례도 몇 건 검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J&J 측은 이번 논의 과정에서 임상 과정 중 백신을 맞고 혈액 응고가 나타난 사례 2건도 제시했는데, 그중 한 명은 25세 남성이었다.

호세 로메로 ACIP 위원장은 "J&J 백신은 다시 도입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면서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나도 이 이벤트들(혈전 발생 사례)이 드물지만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성들이 리스크를 인지하고, 가능하면 접종 시 대안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임상의로서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유럽도 미국도 한목소리…백신 불신·집단면역 지연 우려한 듯: 백신의 이익이 위험을 능가한다는 FDA와 CDC의 입장은 앞서 유럽의약품청(EMA)이 내린 결정과 비슷하다. 지난 13일 FDA와 CDC의 접종 중단 권고 직후 조사에 착수한 EMA는 지난 20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얀센 백신과 혈전의 인과관계는 인정하지만 이익이 위험을 능가한다며 사실상 계속 접종을 권고했다.

다만 피터 마크스 미 FDA 바이오로직스 평가연구센터 소장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현재 시점에서 경구피임약이나 혈전 등 전형적인 위험과 J&J 백신의 명확한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내 얀센 백신 접종 후 혈전 증세를 보인 여성 중 1명은 혈전을 일으킬 수 있는 호르몬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경고라벨을 붙이되 접종 연령을 제한하지 않은 점도 비슷하다. EMA도 같은 결정을 내렸고, J&J 측도 제한을 두는 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조앤 월드스트리히어 J&J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연령·성별 등) 제한이 가해지면 백신 접종 속도가 지연될 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미국내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어 우려된다"며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집단면역 달성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엔 무엇보다 집단면역 달성 여부가 가장 크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CDC 측은 "J&J 접종이 재개될 경우 6개월간 코로나19 관련 사망자와 중환자실 입원을 최대 1400명까지 예방할 수 있고, 접종을 재개하지 않으면 미국의 집단면역 목표 달성을 14일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얀센 백신이 미국과 유럽은 물론,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공급을 기다리는 개발도상국의 집단면역 필요성 등을 모두 감안한 사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회만 접종해도 예방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 얀센 백신은 국제백신협력프로그램 코백스(COVAX) 등을 통한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개도국에 다량 배포될 예정이었다.

실제로 얀센 백신만으로 접종을 진행하다 이번 사태로 일시 중단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EMA 결정이 나온 이후인 지난 22일 의료진에 대한 얀센 백신 접종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남아공에서는 백신 우선 접종 대상인 의료진 120만 명 중 29만 명 정도가 얀센 백신을 맞았고, 아직까지 혈전 발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7월엔 현재 코로나19 확산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인도에서도 도입될 예정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 제약사(Biological E Ltd.)는 지난 2월 연간 약 6억 회분의 얀센 백신 제조 계약을 맺었다.

얀센 백신 관련 논란은 CDC와 FDA가 지난 13일 미국인 접종자 750만 명 중 18~48세 여성 6명에게서 희귀 뇌정맥 혈전증이 발생했다며 접종 중단을 권고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대개 접종 6~13일째 두통을 호소했고, 이 중 한 명(45, 버지니아)은 지난달 사망했다. 위독했던 다른 한 명(18, 라스베가스)은 혈전 제거 수술을 세 차례 받은 뒤 눈을 깜빡이고 혀를 내밀 수 있게 되는 등 회복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CDC·FDA에 따르면 얀센 백신을 접종한 후 3주 내에 심한 두통, 복통, 다리 통증, 호흡곤란 등이 발생한 경우 의료진에 문의해야 한다. 또한 의료진은 접종 후 혈액 응고 증상이 있을 때 일반적인 치료제인 헤파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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