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왕관 쓴 찰스 3세 英 국왕…"섬김 받지 않고 섬기겠다"

엘리자베스 이후 70년만에 대관식…영연방 결속·반군주제 여론 과제

"역사적 순간"vs"세습귀족 반대"…웨스터민스터 사원 주변 인산인해


영국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후 70년 만에 거행된 국왕 대관식이 2시간여 만에 폐막했다.

6일(현지시간) BBC과 로이터통신 등을 종합하면 찰스 3세 국왕은 부인 카밀라 왕비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대관식 일정을 마쳤다. 찰스 국왕 내외는 왕관을 쓰고 버킹엄궁으로 복귀해 왕실 가족들과 버킹엄궁 발코니에 나와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행사를 마친다. 

왕세자였던 찰스 3세는 여왕의 서거와 동시에 자동으로 왕위를 승계했기 때문에 약 8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대관식은 그의 왕권을 공인받기 위한 헌법상의 형식적 절차였다.

이날 대관식을 위해 찰스 3세는 카밀라 왕비와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다이아몬드 주빌리 코치' 마차에 탑승해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했다. 국왕 내외는 버킹엄궁 앞으로 늘어선 1.3㎞ 직선 구간 '더 몰(The Mall)'부터 트래펄가 광장~화이트홀(정부중앙청사) 등을 따라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약 2.1㎞ 구간을 30분간 행진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도착한 국왕 부부는 대관식에서 왕관을 쓰고 성스러운 기름, 성유 부음 의식을 받았고 찰스 국왕은 "그분의 이름으로, 그분의 본보기로, 섬김받기 위해서가 아닌 섬기기 위해 왔다"('In His name and after His example, I come not to be served but to serve"라고 말했다.

찰스 3세는 일생에 단 한 번 착용하게 되는 '성 에드워드 왕관'을 쓰고 양손엔 왕권을 상징하는 보주(寶珠·구체로 된 장식품)와 홀(笏·scepter)을 들었다. 왕관 수여는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에의해 진행됐다. 커밀라 왕비는 지난 1911년 메리 왕비가 대관식 당시 착용한 왕관을 썼다.

찰스 3세 국왕이 즉위하는 순간을 기념해 에든버러, 카디프, 벨파스트 등 영국 전역 13개 지역의 해군 함정에서 예포가 발사됐다. 런던탑에서는 62발, 기병 퍼레이드에서는 6발의 예포가 울렸고 나머지 장소에서는 21발이 발사됐다. 또한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이 6일(현지시간) 개막한 가운데, 찰스 3세가 일생에 단 한 번 착용하게 되는 '성 에드워드 왕관'이 공개됐다. 왕관의 무게는 2.23㎏에 달하며 무려 보석 444개가 박혀 있다. 
찰스 3세 국왕이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대관식에서 보석 444개, 무게는 2.23㎏에 달하는 왕관을 썼다. 이날 왕관은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수여했다. 
카밀라 여왕이 6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찰스 3세 대관식에서 왕관을 썼다.


이번 대관식은 선대 엘리자베스 2세 여왕때보다 단축돼 불과 2시간 만에 모든 일정이 종료됐다. 또, 8000여명의 인사가 참석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행사에 참석 인원은 2000여명으로 축소 진행됐다.

국왕과 사이가 틀어진 차남 해리 왕자는 부인 메건 마클은 미국에 남겨둔 채 홀로 대관식에 참석했으며 이외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203개 국가 및 단체를 대표해 2300여명의 내빈이 대관식에 참석했다.

대관식은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시민들은 악천후에도 70년만에 열리는 역사적 순간을 목격하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행사를 앞두고 왕실 지지자들은 국왕을 가까이서 축하하기 위해 밤샘 야영을 강행했다. 한 남성은 영국 국가인 '갓 세이브 더 킹'(God Save the King)을 불렀고, 국왕의 황금 마차를 보자 환호성을 지르는 시민들도 있었다.

캐릴 홀은 자녀들과 행렬을 지켜보면서 "이날 행사는 역사의 일부다. 우리가 언제 또 이런 행사를 목격할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흥분이 된다. 분위기도 좋고, 모두가 친절하다. 행복하고 애국심이 느껴진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72세 힐러리와 그의 딸 조(47세)는 이른 아침부터 대관식을 보기위해 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는 "살아있는 역사다. (찰스 3세가) 결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같을 수는 없지만 그는 우리의 왕이며, 오늘 우리는 단지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53세 안토니나 스트레인은 여동생 이본 해버리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에서 영국에 도착했다. 런던에서 태어난 이들은 대관식이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라고 말했다. 이들은 "군주가 없는 영국은 상상할 수 없다. 군주제는 영국의 영혼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모두가 '세기의 대관식'을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이날 군주제 반대 시민단체인 '리퍼블릭'의 대표가 체포되기도 했는데, 익명의 리퍼블릭 회원은 "경찰이 우리 회원 6명을 체포하고 수백 장의 플래카드를 압수했다"며 "(경찰은) 왜 우리를 체포했는지, 체포된 회원들이 어디에 구금돼 있는지는 말해주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스미스 대표는 전날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군주제에 반대한다며 "대관식은 무의미한 허영 퍼레이드"라고 비판했다. 그는 영국 국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운데 찰스 3세 국왕이 왕관을 쓰고 행진하는데 25억 파운드(약 4조원)의 혈세를 사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국왕을 태운 마차가 지나던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반 군주제 플래카드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이 6일(현지시간) 성대하게 막을 올린 가운데 행사장 밖에 일부 시민들은 반군주제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어올리며 시위에 나섰다.


찰스 3세 국왕은 영연방 14개 국가들과의 결속력을 다지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왕실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됐다.

실제 왕실에 대한 영국 젊은층의 관심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유고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 성인 가운데 군주제에 대해 우호적으로 답한 응답자는 53%에 달한 반면 18~24세 젊은층에서는 긍정 답변이 26%에 그쳤다.

불과 4년 전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군주제를 옹호하는 젊은층 여론이 48%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할때 지지율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최근 몇년사이 영국 왕실은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였다. 엘리자베스 2세와 에든버러 공작(필립 공)의 3남 1녀 중 셋째이자 차남인 앤드루 왕자는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은 이후 피해자와 약 1200만 파운드(약 200억원)에 합의했다.

찰스 3세의 둘째 아들인 해리 왕자는 지난 2020년 왕실에서 물러나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뒤 왕실을 폭로하는 책을 발간해 논란이 됐으며 해리의 부인 메건 마클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다큐멘터리에서 자신이 영국 왕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찰스 3세는 지난해 9월 96세를 일기로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남이다. 1948년 12월 영국 버킹엄 궁에서 출생한 찰스 3세는 1952년 할아버지 조지 6세가 사망, 영국 최장수 군주였던 어머니 밑에서 한평생을 즉위를 기다리며 최장기간 왕세자로서 후계자 역할을 도맡았다.

그는 일찍이 왕세자로 낙점된 '준비된 국왕'이었지만 다이애나비와의 이혼한 뒤 불륜 관계를 이어온 카밀라 파커 보울스와 재혼해 논란이 되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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