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 대부', 구글에 사표…"AI 규제 마련 필요, 그간 연구 후회"

70년대 '인공 신경망' 개념 고안…구글 석학 연구원으로 재직

"특정 분야에선 이미 인간 두뇌 능가"…"살상용 로봇 등장할수도"


오늘날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있게 한 '딥 러닝'(Deep Learning·기계 학습) 기술의 창시자로 알려진 제프리 힌턴(76·영국)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10년간 몸담아 온 구글에 지난달 사표를 냈다고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BBC방송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힌턴 교수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글을 올리고 "구글은 매우 책임감 있게 행동했다"면서도 "구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AI의 위험성에 대해 말하고자 구글을 떠났다"고 밝혔다.

인지심리학자이자 컴퓨터공학자인 힌턴 교수는 한평생을 AI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특히 영국 에든버러대 대학원생이던 1972년 인간의 뇌를 본뜬 '인공 신경망'(ANN)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고안해 기계 연산에 접목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 신경망을 두고 당대 학자들은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2012년 힌턴 교수와 그의 제자들은 수천장의 사진을 분석해 사물을 식별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인공 신경망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구글은 당시 4400만달러(약 590억원)을 들여 힌턴 교수가 설립한 AI 기업 'DNN 리서치'를 인수했다. 이를 계기로 구글은 생성형 AI 챗봇인 '바드' 개발에 착수했고, 힌턴 교수는 구글 석학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2018년에는 '컴퓨터공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튜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누구보다 AI 기술 상용화에 앞장섰던 그가 돌연 구글에 사표를 던진 이유는 기술 발전 속도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인간의 통제 수준을 벗어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힌턴 교수는 이날 게재된 NYT와의 인터뷰에서 "소수의 학자들만 AI가 실제 사람보다 더 똑똑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본인도 그랬다"면서 "(AI가 인간을 따라잡는 데) 최소 30년에서 50년은 걸릴 거라 생각했지만 이젠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힌턴 교수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 AI와 같은 미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최근 들어 생성형 AI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AI 기술이 특정 분야에선 이미 인간의 두뇌를 능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5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라"며 "그러한 차이가 앞으로 더 커질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이어 힌턴 교수는 인터넷에 생성형 AI가 쏟아낸 거짓 문서와 동영상, 사진 등이 넘쳐나 "더 이상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AI 기술이 머지않아 고용 시장을 뒤흔들고 실업자를 양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AI가 컴퓨터 코드를 생성할 뿐만 아니라 실제 코드 실행에도 나서게 된다면 인간의 법적 윤리적 책임을 위탁 받은 살상용 로봇이 등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핵무기와 달리, 기업이 비밀리에 어떤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며 "AI 기술 통제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는 이를 더 확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힌턴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날 자신의 연구를 후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이 같은 연구는 했을 것이라는 데에서 그나마 위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개발자들 사이에선 힌턴 교수의 경고에 동조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앞서 지난 3월 일론 머크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후원하는 싱크탱크인 미래생명연구소(FLI)는 공개서한을 발표한 뒤 AI 고도화로 인해 인류가 문명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안전 규약이 마련될 때까지 '챗GPT-4'보다 강력한 생성형 AI 기술 개발을 6개월간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FLI는 서한에 머스크 CEO와 애플 공동설립자 스티브 위즈니악, 인지심리학자 게리마커스 교수, 컴퓨터공학자 러셀 버클리 교수 등 IT 전문가 및 업계 전·현직 직원 1800명이 서명했다고 전했다. 며칠 뒤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미 인공지능학회(AAAI) 회원 19명도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서한을 공개했다.

힌턴 교수는 당시 두 서한 모두 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한의 취지에 공감하지 못한 게 아니라 단지 직장을 그만두기 전까지 관련 업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뒤늦게 털어놓았다. 힌턴 교수는 이날 CNN·BBC와의 인터뷰에서도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한 마지막 통화 내용에 대해선 끝까지 함구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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