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최인근 목사] 우리는 어떤 사람입니까?
- 23-05-01
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우리는 어떤 사람입니까?
[미주리주에서 16세 흑인 소년이 총격을 당했다. 잘못된 주소를 받아 심부름을 가서 생긴 일이다.현지 검찰은 17일 총을 쏴 부상을 입힌 84세 백인 남성을 1급 폭행죄와 무장 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16세 흑인 소년 랄프 얄은 부모님 부탁으로 쌍둥이 동생을 데리러 갔다. ‘노스이스트 115 스트리트’와 ‘노스이스트 115 테라스’라는 주소가 혼선을 빚은 게 사건의 빌미가 됐다. 결과적으로 다른 집을 찾아간 랄프는 초인종을 두 번 누른 후 앤드류 레스터로부터 총을 두 방 맞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 얄의 가족에게 전화해 약 20분간 대화를 나눴다. 얄에게도 쾌유를 기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얄이 회복되면 백악관에 오라고 가족을 초대했다고 알려졌다.](2023년 4월 14일자 중앙일보서 발췌)
이 사건을 접하면서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는 이처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가해자 레스터와 같은 삶을 살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피해자 랄프와 같은 충격도 받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는 자신도 모르게 레스터와 랄프가 되어 누군가에 고통을 가하거나 누군가로부터 고통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비슷한 한 사건을 소개해 주시면서 우리들이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겠는지, 거기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고 계십니다. 바로 누가복음 10장에 기록된 말씀이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 모든 것을 다 빼앗기고 거의 죽을 만큼 맞아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그와 같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어야 할 종교지도자 제사장과 레위인이 그것을 보고 오히려 피하여 도망치듯 가버렸습니다.
뜻밖에도 그와 같은 제사장과 레위인이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던 사마리아 인이 그것을 보고 자신의 모든 여행 경비를 털어 그 사람을 주막으로 데려다가 치료해 주고 보살펴 주었습니다.
그 사마리아인은 이스라엘 민족들이 바벨론으로 포로로 잡혀가고 남은 사람들이 이방인과 함께 살아가면서 태어난 혼혈족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사람들과 특별히 종교지도자들은 그와 같은 사마리아인들과는 인사조차도 하지 않고 법으로도 제정하여 함께 상종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사람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냄으로 예수님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명령하셨습니다.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고 말입니다.
오늘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입니까? 이웃에게 고통을 주는 가해자입니까? 상상도 못했던 사람들로부터 고통을 당하며 살아가는 피해자입니까? 고통당하는 이웃들을 보고 먼 남의 일처럼 피해가는 사람입니까? 사마리아 사람처럼 모든 것을 다 털어 도와주는 사람입니까?
만물이 소생하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사느라 바빠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잊어버리고 지나온 우리들의 이민생활도 이제는 제법 안정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나와 나의 가족만을 바라보며 살아 왔던 삶을 넘어 이웃들과 고통당하는 불행한 사람들의 현실도 나의 일처럼 공감하며 도움이 되어주는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 미국에 이민 와서 예외 없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나누고 도와줄 줄 아는 삶을 후손들에게 보여주어야 하겠습니다. 사람은 짐승처럼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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