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수필-문희동] 14일간의 동거(同居)
- 23-04-24
문희동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14일간의 동거(同居)
9월 중순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나는 당황스러워 피할 길도 찾지 못한 채 받아 들여 동거하기로 했다. 아내가 갑자기 춥다고 내 손을 잡으며 자기의 체온을 비교했다. 그리고 기침까지 하는 것이다. 가을철 감기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국에서 기침약을 사먹었다. 우리는 언제나 겨울 되기 전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 여태껏 감기를 모르고 지냈다. 가을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 안심했는데 독감에 걸렸으니 늙으니까 그러려니 하고 기침약만 계속 먹으며 지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또 아내는 기운이 없다며 눕기만 했다. 끼니 때가 되면 불편한 몸으로 일어나 음식을 챙겨 먹곤 해서 그리 심하지 않은 감기로만 생각했다. 두 주일 정도 지나면서 아내는 다소 기침을 덜 하고 기운을 차리면서 일어나 움직였다.
그런데 대신 내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몸에 기운이 빠지는 듯 때로는 열도 나며 춥기도 했다. 스스로 몸을 조정할 수 없었다. 나도 아내같이 기운이 없어 눕기만 했다. 또 기침을 하니 없었던 가래도 생기는 것이다. 음식 맛도 모르겠다. 아내가 먹었던 기침약만 먹었으나 별로 효과를 얻지 못했다. 아내보다 더 증상이 심했다.
결국 견디기 힘들어 담당 의사께 병 증세를 설명하고 영양제 주사라도 맞으려 했다. 의사는 뜻밖에 상상도 못한 “코로나에 감염된 듯하니 자가 진단해보란다”며 진단법까지 가르쳐줘 집에 있던 진단기로 검사를 해봤다. 아내는 양성으로 나타났다. 나는 다행히 음성이다. 그러나 병세는 둘이 비슷했다. 아내로부터 감염된 것이다. 사실 4번이나 코로나 예방 백신을 맞았기에 안심하고 전염되지 않으리라 자만하며 손씻기, 마스크 쓰기에 게을리했다. 형식적으로 좁은 공간에서만 마스크를 쓰곤 했다. 의사에게 검사 결과를 알리고 대책을 문의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렸지만 증세가 심하지 않으니 외출 삼가 하고 14일 정도 격리 생활을 하시고, 약이나 주사를 맞으면 아픈 증상이 더 심할 수 있어 지금 상태가 경하니 푹 쉬라”고 권했다. 그래도 우리의 병증세가 약한 원인은 4번의 코로나 예방 백신을 맞은 덕분이 아닌가 싶다. 나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인정하고 비상 상태로 돌입했다. 집안에서도 마스크 쓰기, 최대한 서로 부딪치지 않게 음식 먹기, 그릇과 잠자리 모두를 각자 해결하기 시작했다. 싸우지도 않았으나 냉전 상태의 생활이었다.
20여일 지나니 아내의 기침이 없어지고 기운을 차려 활동하며 춥다는 소리도 없어졌다. 코로나 자가진단을 또해봤다. 아내도 이번엔 음성으로 나타났고 나는 3번씩 검사에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바이러스 증상을 알기 위해 좌판을 두드렸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있어 외우기조차 힘들었다. 처음 들어보는 ‘오미크론 바이러스, 알파변이, 델타 변이’ 등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사람마다 발병이 다르며 보통은 심하지 않고 무증상 경우가 많다고 한다. 코로나도 오랫동안 활동했으니 병균력도 지쳐 우리에게 큰 병을 주지 못한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몇 년전 처음 코로나가 유행할 때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했는지 나의 친구들도 몇 명 내 곁을 떠난 기억이 난다,
오미크론 변이 증세는 인후통, 발열, 기침으로 목이 아프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감기로 오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델타변이 증세는 재채기가 나서 알레지 증세와 같다. 90줄에 들어선 나로선 요즘 시각, 청각 등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생각하고 격리해 노력했다.
코로나에 감염되면 2-3일에서 2주까지 잠복기를 갖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양한 증상이 생겨 심할 경우 호흡 곤란으로 폐렴이 될 수 있어 목숨까지 위험하다고 한다.
일부 의사들에 의하면 올 겨울 오미크론 변이가 파생되어 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래도 워싱턴주에서는 코로나 긴급명령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안심해도 되는지 의심스럽다. 그래도 다행히 코로나에 걸렸다가 다른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살아났다는 자부심이 나를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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