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는 세습 3세"…日 총리 테러범은 정치 불만 '외로운 늑대'?
- 23-04-19
시의회 참석해 불만 목소리 내고 국가 손해배상 소송도 걸어
"아베 총격 사건 보고 테러로 뜻 이루려 했을 수도"
지난 1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연설 현장에 폭발물을 투척해 체포된 기무라 류지(24)가 평소 일본의 선거제도와 세습 정치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무라는 평소 일본의 선거 제도에 깊은 불만을 품고 지역 사회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인물이었다.
지난해 9월 기무라는 자신의 지역구인 효고현 가와니시시의 자민당계 시의회가 개최한 시정 보고회에 참석해 "피선거권이 25세부터라 시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며 "법을 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일본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은 중의원·지방의원·시의원 등은 25세 이상, 참의원과 광역자치단체(도도부현) 지사는 30세 이상만이 누릴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런 나이 제한과 관련해 일본 총무성은 '사회 경험을 바탕으로 사리분별 능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당시 23세였던 기무라는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요미우리의 설명이다.
당시 기무라의 호소를 직접 들었던 오구시 마사키 중의원 의원은 이 제도와 관련해 "(국민들의) 일정한 합의가 이뤄진 게 아니냐"고 응수했으나, 기무라는 "나이는 상관없다"고 반박하며 "헌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기무라는 이에 앞서 국가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기무라는 나이 등을 이유로 참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못한 것이 부당하다면서 국가에 10만엔(약 98만원)의 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변호사 선임 없이 치르는 '본인 소송'이었다.
자신이 피선거 연령 기준보다 어려 2022년 7월 참의원 선거에 입후보하지 못한 것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손해배상 청구는 1심에서 기각됐다. 이에 불복한 기무라는 오사카 고등재판소에 항소했다.
오사카 고법에 제출한 서류에서도 기무라는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나라에서 피선거권을 제한하니까 입후보가 억제되고, 정치가는 국민의 신임을 얻지 않고도 통일교의 조직표로 당선돼 이익을 부당하게 독점하고, 지속적으로 국민에 손해를 끼친다"고 기술했다.
기무라는 일본의 현행 선거 제도 외에도 일본 정계에 고착화된 세습 정치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교도통신은 기무라의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에 "기시다 총리도 세습 3세다" "세습이 만연한 원인은 300만엔이나 되는 공탁금을 요구하는 위헌적인 공직선거법 때문"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기무라가 소송 준비서면을 통해 기시다와 아베 두 자민당 정권을 직격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기시다 정권이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각의로 결정한 데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적었다.
또 아베 신조 전 총리를 '기존 정치가'라고 칭하고 "기존 정치가가 계속 정치가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옛 통일교 같은 컬트 단체와 조직표를 가진 단체가 유착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우수이 마후미 니가타세이료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것일이라면 현실적인 수단의 아니라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우수이 교수는 "기무라는 일정한 직업을 갖지 모하고 집에 틀업가혀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고립된 상태라 사회로부터 학대받는다다고 착각하고, 그 원인이 정치인에게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식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돼 (용의자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아베 총격 사건 영향?…외로운 늑대일 가능성 농후
이번 사건은 아베 전 총리의 총격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론 오펜더'(단독 공격자)의 범행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외로운 늑대'라고도 불리는 론 오펜더는 테러 조직 등 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혼자 과격한 성향이 돼서 단독으로 테러를 저지르는 인물을 말한다. 준비부터 실행까지 1인 또는 극소수의 인원이 사건을 벌이게 된다.
아베 전 총리의 피살 사건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와 테러에 정통한 고야마 도시키 데이쿄대학 일본근현대사 교수는 "아베 피살 사건을 보고 '테러를 일으키면 관심을 끌 수 있고, 빠르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어떤 주장이 있더라도 테러와 폭력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야마 교수는 "희망이 있는 사람은 테러에 나서지 않는다. 사회에 퍼져 있는 폐쇄적 공포감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무거운 과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현행범 체포 당시 기무라가 날 길이 13㎝의 칼 등 흉기를 지참하고 있었다며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보다 처벌 수위가 센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수사 중이다. 피의자 진술 및 살의 유무 증명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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