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버젓이 있는데도…"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조작돼 입양됐다"
- 23-04-16
해외 입양아 예술가들 인터뷰…입양과정서 서류 조작 정황 증언
"배신감 컸지만 한국인 정체성은 자랑…연결고리 잃지 않을 것"
#. 태어난지 1달만에 지구 반대편인 미국으로 입양됐다. 시간이 흘러 가족을 만난 후 알게 된 입양 경위는 충격적이었다. 당시 산부인과에서 부모님에게 자식이 출산 중 사망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나는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채 미국에 입양돼 평생을 살았다.(Lynn Stransky, 한국명 유정란·35·여, 미국 시카고 거주)
#. 8살 쯤 네덜란드로 입양됐다. 입양 후 평생 인종 차별 등 고통속에 살아왔다.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은 없지만 부모님의 얼굴은 확실히 기억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한국에서 확인한 입양서류에서 내가 고아로 기록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너무 큰 상처를 받았다. (Sook, 한국명 안정숙·54·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주)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두 사람은 앞서 <뉴스1>이 보도한 기획 '해외로 거래된 아이들' 속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둘다 부모님이 있는데도 서류가 조작돼 고아로 입양됐다.
이들은 이날 개막한 '해외입양인들과함께하는문화예술협회(KADU·대표 박찬호) 해외입양 예술가 작품전시회' 개막식에 예술가로 참석했다. 이번 전시회는 해외입양 70년을 맞아 미국, 독일,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노르웨이 등 11개국으로 입양된 28명이 '모국'을 주제로 한 그림, 사진, 설치미술, 영상 등 80점을 국회와 인사동에서 약 1달간 선보인다.
유정란씨와 안정숙씨도 KADU의 초청을 받아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 개막식 행사를 마친 후 이들은 입양된 이후 겪은 차별, 작품에 담긴 의미, 한국에 대한 인식 등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Lynn Stransk(한국명 유정란)씨가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 제2로비 특설전시장에서 자신의 작품 앞에 있는 모습.© 뉴스1 |
◇"입양 경위 알고 배신감 느껴…타국에서 나는 이방인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해외 입양된 아이들은 평생을 이방인으로 산다. 유씨와 이씨도 다르지 않았다.
유씨는 좋은 양부모를 만났다. 그럼에도 평생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낯선 땅에서 동양인으로 겪은 차별의 상처는 양부모의 사랑만으로 치유되지 않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항상 친가족을 그리워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학창시절부터 한국의 친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수많은 좌절을 겪은 후 10년만에 개인 SNS를 통해 친가족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가까스로 만난 친가족은 유씨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다. 출산 당시 병원에서는 유씨 가족에게 아들이 태어났는데 죽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유씨는 "가족들을 다시 만났다는 사실에 좋으면서도 입양 경위를 듣고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며 "친어머니는 아직도 충격 때문에 나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좋은 입양 가족조차 만나지 못했다.
그는 "나를 입양한 네덜란드 가족은 백인우월주의를 갖고 있었다"며 "그곳에서 나는 항상 권리를 존중받지 못했고 차별로부터 보호받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아직 친가족을 찾지도 못했다. 그는 "수십년간 친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쉽지 않다"며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생활은 어느정도 안정됐지만 한국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히 가슴 한켠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Sook(한국명 안정숙)씨가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 제2로비 특설전시장에서 자신의 작품 앞에 있는 모습 |
◇"그럼에도 한국인 정체성 자랑스러워…연결고리 잃지 않을 것"
자신들을 외면한 한국에 적개심을 드러낼 수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한국을 향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회에 참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들이 전시한 작품에는 이런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유씨는 한국의 지하철, 대학 MT 사진에 자신의 사진을 합성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그는 "내가 한국에서 성장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며 "그런 감정을 작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한국인 예술인 단체에 가입했는데 한국말은 못하지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갖는 것만으로도 기뻤다"며 "한국에 머물 때마다 행복한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 또한 한국에 대한 기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씨는 "내가 기억하는 한국을 작품에 고스란히 시각화했다"며 "작업을 하면서 한국이라는 존재는 큰 영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양과정에서 서류 조작부분은 큰 상처지만 아직도 한국과 연결돼 있다는 감사함을 느낀다"며 "네덜란드에 있을때는 항상 이질적인 기분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전시회를 위해 모국을 찾은 두 사람은 "좀 더 머물며 한국 여행을 할 계획"이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한때 한국에 배신당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한국인이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기고-샘 심] 제44선거구 워싱턴주 하원의원에 출마하는 이유
- 오리건 한인, 어머니 숨지게 한 양로원에 1,000만달러 소송
- 한국 유명베이커리 파리바게뜨, 린우드점 드디어 내일 오픈한다
- [서북미 좋은 시-이춘혜] 나그네 길에 길동무
- 샘 심 시애틀한인회 부회장도 워싱턴주 하원 출마한다
- 시애틀 영사관, 중소벤처기업 지원협의체 개최
- 한인2세들이 시애틀 영자신문 인수했다
- 미국프로축구 열린 시애틀 축구장서도 "Korea"
- 코리아나이트 행사 전‘코리안 푸드트럭’운영
- 시애틀영사관 청사 경비 및 청소용역 입찰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25일 토요산행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대한산악회 25일 토요산행
- 워싱턴주 태권도와 체육계 대부 윤학덕 관장 추모식 열려
- “워싱턴주 정부납품 원하는 한인분들 오세요”
- 시애틀통합한국학교 온라인 교사연수 실시
- “한인여러분, 부동산 매매 및 투자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 한인 비즈니스를 위한 안전세미나 성황리에 열려
- 시애틀영사관 전문직 행정직원 채용한다
- 구순 앞둔 성옥순시인 두번째 시집냈다
- 워싱턴주 음악협회 정기연주회 매진임박 “20% 할인 혜택도”
- 시애틀오페라 '한국인의 날'행사 성황리에 열려(+영상,화보)
시애틀 뉴스
- 시애틀 유명 정치로비회사 파산 모면했다
- 미국 대선 앞두고 국가부채 '부각'…"10년물 국채금리 10%"
- 한국 유명베이커리 파리바게뜨, 린우드점 드디어 내일 오픈한다
- 이런 사람이 시의원이었다니…50대 전 바슬시의원, 20살 여자친구 살해
- 시애틀 여름축제 서막 '프리몬트 페어' 다음 달에
- “아번경찰관 총격은 정당방위 아니다”
- 시애틀에 처음으로 네덜란드식 자전거교차로 들어서
- 세인트 헬렌스 일부 등산로 평일 폐쇄한다
- 프레메라 가입자, 멀티케어 소속 병원서 치료 가능하다
- 워싱턴주 산양이 줄어드는 원인은?
- 보잉 유인우주선 '스타라이너', 6월 다시 시도한다
- 워싱턴주 장기요양 보험은 미 전국적 '시금석'이다
- 워싱턴주 펜타닐 마약해독제 무료로 우송해준다
뉴스포커스
- 윤 대통령, 휴대전화로 국방장관 3차례 통화…그 사이 박 대령 해임
- 채상병 특검 결국 부결, 전세사기특별법 야당 단독 처리
- "대통령, 의료붕괴 책임자로 손가락질 받을 것…타협 절차 중요"
- '계곡 살인' 이은해 "그날 성관계 문제로 다투다 장난"…父 "천사였던 딸 믿는다"
- "골프채 손잡이로 남현희 조카 때렸다"…전청조, 아동학대 혐의 기소
- "소주 딱 한 잔만"…오늘부터 식당에서 잔술 판다
- '中 직구' 쉬인서 산 어린이 신발 '불임 성분' 428배 초과
- 박훈 "강형욱, 퇴직금 9670원 황당 변명…업무감시 CCTV, 극악한 불법행위"
- 원전 오염수 방류 후 9개월…'수산물 안전관리' 어떻게 이뤄지나
- '고령화' 한국 미래 실질금리 내려간다…"수명 늘면 금리↓"
- 홍준표, 이강인 이어 김호중 인성 비판…"가수 이전에 인간이 돼라"
- 北, 서해 남쪽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日 "탄도미사일 추정"
- 한중일 협력 물꼬 텄지만…'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문에 못 넣었다
- "지분 요구 아냐" 한일 정상 선긋기…'라인사태' 장기화 불가피
- 檢 "배모 씨, '김혜경' 음식 배달해 받은 돈으로 재산 불렸나"
- 조국혁신당 "1호 법안은 한동훈 특검법…30일 개원 즉시 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