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軍 무차별 공습에 민간인 100명 사망…국제사회 공분

망명정부 개소식에 폭탄 투하…민가 향해선 헬기 사격

유엔, 군사작전 중단 촉구에도…군부 "테러리스트 소탕해야"


미얀마군이 11일(현지시간) 민주화를 요구하는 자국 시민을 공습해 약 100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투기까지 동원한 군부의 무력 진압에 국제사회는 규탄 성명을 쏟아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이날 오전 7시45분쯤 중부 사가잉 지 칸발루를 기습 공습했다. 민주세력인 국민통합정부(NUG)의 사무실 개소식 준비로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군용기가 두 개의 폭탄을 떨어뜨렸고 공격헬기(Mi-35)가 마을을 향해 총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독립언론들은 초기에 사망자 수를 50명 정도라고 보도했지만 이후 100여명까지 늘어났다고 정정했다. 군부의 언론 통제로 정확한 사상자수 집계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폐허로 돌변한 마을 한복판에 시신이 널브러진 모습이 올라왔다.

반군부 민병대인 인민방위군(PDF) 소속 구조대원은 이날 AFP에 숨진 이들 중엔 여성과 어린이도 있다고 전했다. 구조대원은 시신 수습과 부상자 이송이 완료되면 사망자 수가 최소 100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했다. 로이터는 이번 공습이 2021년 군부 쿠데타 이래 최대 피해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얀마군의 무차별적 공습에 국제사회에선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미얀마 국민을 상대로한 군사 작전을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도 성명을 내고 "이번 공습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러한 폭력적인 공격은 2021년 2월 쿠데타 이후 버마(미얀마) 내 끔찍한 정치적·인도적 위기와 관련, 군부 정권의 책임과 인명 경시를 두드러지게 보여준다"고 했다.

독일 외무부는 공식 트위터에 "미얀마군의 공습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수십명이 사망한 것을 강력 규탄한다"며 "정권이 자국민을 상대로 벌인 폭력을 즉각 중단할 것을 기대한다"고 적었다.

미얀마 정부도 이번 공습 사실을 시인했다. 자우 민 툰 미얀마 군부 대변인은 12일 국영 마이와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군이 무장세력들이 개최한 기념식에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툰 대변인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선 이들이 '테러리스트'를 지원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격은 사가잉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NUG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으로 무고한 민간인 수십명이 사망하고 어린이와 임신부를 포함해 많은 인원이 부상했다"며 이는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악의적 행위"라고 군부를 직격했다. 

 

2021년 2월1일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군부는 독재 종식을 요구하는 민주 세력은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군부는 지난해 10월에도 카친주에서 전투기를 동원해 50여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바 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미얀마군의 공습이 2021년 125회에서 지난해에는 301회로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얀마는 민주 세력을 향한 무력 진압을 감행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7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부 총사령관은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NUG가 벌이는 테러 행위와 이들의 하수인인 PDF를 완전히 소탕할 필요가 있다"며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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