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아마존서 표류한 여성…죽은 남편 지키려 독수리와 사투

심장마비로 남편 사망…엔진 고장으로 표류

60대女 홀로 노 저어…시신 보호하려 안간힘


브라질 아마존강을 일주일간 표류한 여성이 죽은 남편을 지키기 위해 독수리와 사투를 벌인 사연이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게재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해군은 지난 4일 아마존강 이란두바 유역에서 표류 중인 선박 한 척을 발견했다. 해군 헬리콥터가 브라질 국적 마리아 베르나르도(68·여)를 구조한 뒤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남편 호세 베르나르도(68)는 이미 숨진 지 일주일이 지난 상태였다.

딸 크리스티아네 베르나르도는 인디펜던트에 자신의 어머니가 겪었던 급박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달 28일 낚싯배에 몸을 맡긴 채 아마존강 지류인 네그로강을 따라 내려갔다. 그물을 치고 물고기를 잡는 등 첫날 일정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이튿날 호세는 급작스럽게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배의 엔진마저 고장 났다. 마리아는 남편의 죽음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네그로강 한복판을 표류하게 된 것이다.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마리아는 배 안에 남아 있던 물과 레몬주스, 밀가루를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이후 하루 종일 노를 저으며 네그로강 물살을 헤쳤다. 셋째 날 한 남성이 보트를 타고 주변을 지났지만 그의 간곡한 구조 요청을 끝내 무시했다고 한다.

남편의 시신은 날이 갈수록 부패하기 시작했다. 이에 냄새를 맡고 찾아온 독수리와 악어가 배 주변을 맴돌았다. 마리아는 독수리가 다가올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시신을 필사적으로 보호했다. 부패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기도를 천으로 막고 시신 위에 방수포를 두르기도 했다.

크리스티아네는 "어머니는 잠도 제대로 못 잤다. 품위 있는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아버지의 시신을 가져오는 데 온 힘을 쏟았다"고 전했다. 이어 "어머니는 수영을 할 줄 모른다"며 "언제든지 물에 빠질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들 부부가 오랜 시간 행방불명되자 가족들도 이들의 생사를 걱정했다. 가족들은 부부가 낚싯배와 함께 갖고 떠난 작은 카누가 네그로강 유역 나무에 묶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당국에 신고했다. 카누 안에는 썩은 물고기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고 그물은 물속에 펼쳐진 채 방치된 상태였다.

이후 수색에 나선 브라질 해군은 마리아가 탄 배를 발견했다. 마리아는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인근 마나우스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아마조나스주 정부는 현재 마리아가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해군은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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