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보조금 끊긴 현대차·기아…美서 고공행진 실적 이어갈까

美 1분기 점유율 4위…'현지생산' GV70 전기차, 보조금 대상 제외

조지아 신공장 양산 시점 단축…"테슬라 등 가격 공세에 밀릴 수 있어"


현대차그룹이 올해 1분기 미국 시장에서 판매 호조세를 이어갔다.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하며 4위에 오른 가운데 최근 미국 재무부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부 시행지침을 발표하면서 현대차그룹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월부터 미국 현지서 생산을 시작한 제네시스 GV70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기아, 1분기 미국 시장 점유율 10.3%…스텔란티스 제치고 4위 수성

5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미국에서 15만2354대를 팔았다.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23.4% 증가했다. 브랜드별로 현대차(005380) 8만1060대, 기아(000270) 7만1294대, 제네시스 5656대다. 각각 1년 전보다 26.7%, 19.8%, 22.9% 늘어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판매량은 지난해 8월부터 매월 증가세다. 월간 기준 판매량은 현대차는 5개월 연속, 기아는 8개월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미국 시장 점유율도 상승세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1분기(1~3월) 36만4521대를 팔아 시장 점유율 10.3%를 기록했다. 근소한 차이로 스텔란티스를 제치고 4위 자리를 지켰다.

1위는 16.7%를 기록한 GM(제너럴모터스)이다. 이어 포드(13.6%), 도요타(13.2%) 순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판매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6년 1728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5만8028대까지 증가했다.

제네시스 GV70 전기차.(제네시스 제공) 2022.2.24/뉴스1


◇믿었던 '미국산' GV70 전기차, IRA 보조금 대상 제외…중국서 제조 배터리 '발목'

현대차그룹이 최근 매월 우수한 판매 성적표를 받고 있지만, 시장 환경은 어려운 상황이다. IRA가 대표적이다.

IRA는 최근 세부 시행지침을 마련하면서 18일부터 적용된다. 주요 내용은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새 지침은 전기차 배터리 관련 내용이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생산한 리튬·흑연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을 40%(2027년 80%) 이상 사용해야 한다. 부품은 북미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50%(2029년 100%) 이상 사용하는 등 조건을 맞춰야 한다. 두 가지다 충족할 경우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새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제네시스 GV70 전기차는 수혜 대상으로 꼽혔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모델 가운데 GV70만 현지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모두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현대차는 올해 2월부터 GV70 전기차를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새 지침 공개 이후 예상은 빗나갔다.

원인은 배터리다. GV70 전기차에는 SK온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이 배터리는 중국에서 배터리 셀을 만들고, 울산공장에서 완성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으로 보낸다. GV70 전기차가 미국 생산 요건은 갖췄지만, 배터리 관련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보조금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현대자동차 제공) 2022.7.14/뉴스1


◇조지아 신공장 양산 시점 최대한 단축…리스 등 상업용 전기차·고소득 판매 집중

업계는 IRA가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현대차그룹만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 시장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고 봤다.

실제 최근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감소세다. 3월에도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량은 14.1% 감소했다.

기대를 걸었던 GV70 전기차마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 전기차는 다른 경쟁 차종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전용 조지아 신공장(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준공 기한을 최대한 단축해 현지 생산력을 강화한다. 당초 2025년 상반기부터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조지아 신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양산 시점을 2024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조지아 신공장 양산 전까지는 보조금 지급 대상인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중을 현재 약 5%에서 30%까지 늘리는 한편 고소득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IRA 조건 아래에서 상업용 리스나 공장 등 준비하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와 폭스바겐 등 전기차 경쟁 업체가 저가 모델 출시를 준비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자칫 어정쩡한 위치에 갇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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